예산 부수법안 합의 불발 땐 정 의장이 정부안 상정할 듯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를 주장하는 여당과 이런저런 협상을 해서 절충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회의 부의 안건에 표 대결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부수 법안엔 법인세율을 조정하는 개정안 3건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리는 정부안을 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과표 2억 원 이하 구간 세율을 10%에서 7%로, 과표 2억 초과~200억 원 이하는 20%에서 18%로 각각 내리도록 한 추경호 의원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여기에 과표 200억 원 초과 구간 세율을 25%로 올리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안도 포함됐다.
소득세법안은 과표 3억∼5억 원은 40%로, 5억 원 초과는 42%로 각각 2%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안, 의료비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안, 최고세율을 45%까지 끌어올린 노회찬 의원안이 지정됐다.
정 의장의 전날 통보에 따라, 기재위는 30일까지 여야 합의된 법인·소득세법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입장이 극명히 갈려 절충안을 내긴 어려울 것이란 게 기재위 내부의 분위기다.
상임위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공은 정 의장에게 넘어간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은 예산 부수 법안 중 동일 제명의 법안이 둘 이상이면 상임위원장 의견을 들어 일부 법안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기재위 야당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합의안을 만드는 데 실패해도 3건의 법인세법안이 모두 본회의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 의장이 택한 1건, 즉 정부안만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야 합의안 대신 한국당만 빼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머리를 모아 수정안을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정 의장이 예산 부수 법안 31건을 지정한 뒤 30일에 본회의 자동부의법안 20건을 추렸다. 당시 정 의장은 세율을 건드리는 내용의 법인·소득세법안은 1건씩만 자동부의법안으로 확정했었다.
한편 예산 부수 법안 25건 중 22건의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의 조세소위에서 심의 속도가 더딘 점도 여야 합의 도출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조세소위는 300여 건 안건에 대한 일독을 이날에야 마무리 짓는다. 예산 부수 법안 중에선 중소기업 근로자 신규가입 시 사용자 부담의 사회보험료를 세액공제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안(민주당 박광온 의원 발의) 등 극히 일부만 여야 잠정 합의를 이룬 상태다. 남은 이틀간 쟁점 법안들에 대한 집중 논의를 벌일 시간이 빠듯하다. 민주당은 최근 송영길 의원 대신 윤호중 의원을 조세소위에 투입, 막판 세법 전쟁을 앞두고 전력을 보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