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관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애플코리아가 이번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초 국내에 상륙할 예정인 애플스토어에서 가입 서비스까지 제공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이동통신 유통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다음 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들어설 예정이던 국내 1호 애플스토어가 공사 지연으로 내년 1분기 중으로 개장이 연기됐다.
애플코리아는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시리즈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이통 개통 업무를 병행하는 대리점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서 공기계 구입만 가능했다. 하지만 내년 개장할 애플스토어가 매장 기능과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개통 시스템까지 갖출 경우 소비자들은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따로 이동통신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지 않고도 현장에서 바로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이 가능해진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 스마트폰 업체가 온·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 개통 시스템을 개통하는 첫 사례다.
애플은 그동안 제품 판매와 개통 등 유통 업무를 모두 이통 3사에 위임했으나 이번에 유통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애플이 대리점업을 통해 개통 업무를 하게 되면 가입자 유치에 따른 각종 장려금과 회선유지비 등 단말기 판매 외 별도 수익도 추가로 올릴 수 있다.
개통 권한을 두고 현재 이통 3사와 막바지 조율에 한창이다. 애플이 이통사 측에 단말기 공급이나 가입자 유치 장려금 부분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예상보다 논의가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골목상권 침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내에서 애플의 지위가 막강한 만큼 안정적인 제품 수급과 자본력을 앞세워 유통시장도 장악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관계자는 “갑질 논란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애플이 이제는 골목상권 침해까지 하는 지경”이라며 “아이폰이 공급력을 앞세워 보다 좋은 조건으로 단말기를 판매하면 중소 대리점 및 판매점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통신사에 광고 비용을 떠넘기고 공시지원금 분담을 거부하면서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애플코리아를 현장 조사했다. 2009년 국내 출시 이후 불공정 관행을 일삼아오던 애플이 국내 진출 8년 만에 제재를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