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차주가 새로운 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금이 최대 절반 이상 쪼그라들 전망이다. 정부가 기존 주담대 원금도 DTI(총부채상환비율)산정 시 부채에 반영하는 신(新)DTI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규대출을 못 받게 되는 셈이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후속대책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신DTI,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의 세부적인 소득과 부채 산정 방식을 담았다. 소득은 2년치를 보는 등 지속성을 따지고, 부채는 기존에 이자만 반영했던 것까지 원금도 반영해 포괄적으로 상환능력을 따진다.
◇두번째 주담대 만기 15년 제한… 3억8900만 원->1억8400만 반토막 이상 대출액↓ = 신DTI의 가장 큰 특징은 분자인 연 원리금 상환액에 기존 주담대 원금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신규 주담대는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지만, 기존 주담대는 다른 신용대출 등과 함께 이자만 반영했다. 이로써 신DTI에서는 분자에는 모든 주담대의 원리금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이자만 반영하게 된다. 기존에 주택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추가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추가 주담대는 만기가 15년으로 제한된다. 만기를 늘려 원리금 상환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액을 불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단 만기 15년 제한은 DTI비율 산정시에만 적용되며, 실제 상환기간은 이를 초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융위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신 DTI도입시 다주택자는 최대 기존보다 대출액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기존 주담대로 1억8000만 원을 빌린 연소득 7000만원인 차주가 있다고 해보자. 해당 차주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사며 대출을 받는다면, 기존에는 3억89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1억8400만 원으로 대출액이 반토막 이상(52.7%)으로 줄어든다. 기존 주담대 원금을 부채에 반영하고 두 번째 주담대의 만기가 15년으로 제한돼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이 잡히는 탓이다.
다만 이사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다주택자들은 부채 반영에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기존 담보대출을 받는 집을 즉시 처분하면 기존 DTI처럼 이자만 연 원리금 상환액에 반영한다. 2년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로 하면 기존 주담대 원금도 부채에 반영(신DTI적용)하되, 15년 만기 제한은 적용받지 않는다. 만기를 통상의 경우처럼 20년, 30년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만기 제한이 되는 경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신규 대출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신 DTI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그 외 수도권에만 적용된다.
◇소득 반영은 1년치→2년간 증빙소득 확인… 장래소득 증가분 반영 = 신DTI에서는 분모인 연소득을 산정하는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차주 소득의 안정성과 입증 가능성 등을 따져 상환능력을 철저히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차주의 소득을 1년치만 확인했다면 내년 1월부터는 최근 2년간 증빙소득을 확인한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 객관성 있는 소득확인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2년간 증빙소득을 제출할 시, 차주의 장래소득 증가가 예상된다면 나이 무관하게 소득을 가산해주기로 했다. 현재는 만 40세 미만 무주택 근로자만 미래소득 증가를 반영한다. 무주택자이면서 2년간 증빙소득을 제출하는 경우라면 대출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증빙소득(4000만원)을 제출한 무주택 차주가 만기 20년으로 조정대상지역 아파트를 추가 구매하면서 대출받는 경우 기존에는 2억9400만 원을 빌릴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는 미래소득 증가분을 반영해 3억8500만 원으로 대출액이 31%도 늘어난다. 미래 소득 증가율은 각 금융사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1년치 증빙소득만 제출해도 장례 예상소득 증가분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2년치 증빙소득을 제출해 장래소득을 감안할 때도도 일반 대출자보다 증액한도를 더 늘려주기로 했다.
다만 증빙소득이 아닌 건보료·연금 납입액 등(인정소득)과 카드사용액 등(신고소득)은 각각 총액수의 95%, 90%만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후속방안의 기본방향은 차주의 소득과 부채를 최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반영하면서 실수요자들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신 DTI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며, DSR는 내년 4분기 은행권 관리지표로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