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 없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될 경우를 대비해 2년간 30억 파운드(약 4조 3306억80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2017년 예산안’을 의회에서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브렉시트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상황까지 포함해 2년간 30억 파운드의 예산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EU와의 협상은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우리는 이미 브렉시트를 준비하는 데 7억 파운드를 투자했고, 앞으로 2년간 30억 파운드를 추가로 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예산청(OBR)은 이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대비 하향 조정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5%로 낮추고 내년 GDP 전망치는 1.6%에서 1.4%로 낮췄다. OBR은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3%를 찍고 이후 2%로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몬드 장관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압박을 받는 가계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작년 브렉시트 투표 영향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해 영국의 수입 제품 가격은 상승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영국의 지난달 재정 적자가 80억 파운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7% 늘어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약 70억 파운드 적자를 전망했다. 하몬드 장관은 2020년대 중반까지 영국의 재정 적자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년 브렉시트 투표 전 영국은 10년 안에 재정 적자를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날 영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5억4000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인공지능(AI)과 5G 통신에 총 5억 파운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