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사진 왼쪽) 전 한국은행 총재(현 한림대 총장)가 모친상을 당한 가운데 이주열(사진 오른쪽) 현 한은 총재가 상가를 방문해 조문하면서 둘 사이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소식을 접한 이 총재는 조화를 보낸데 이어 이날 저녁 7시경 몇몇 임직원들과 함께 상가를 찾았다. 둘 사이의 공개적인 만남은 이 총재가 부총재를 퇴임했던 2012년 4월 이후 5년7개월만이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전직 한은 총재 모임에 김 전 총재도 가끔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둘 사이의 만남은 그사이 몇차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음 소식을 접한 한은 전현직 임직원들도 김 전 총재 상가를 찾았다.
이 총재의 방문에 김 전 총재 가족들도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뒤늦게 상가를 찾은 한은 전현직 임직원들을 향해 김 전 총재 가족은 놀랍고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이 총재께서도 오셨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소식을 안 이상 찾는 것이 도리”라며 “부고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준데 대한 고마움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위로 드러난 것은 이 총재가 부총재 퇴임당시 퇴임사를 통해 김 전 총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부터다. 김 전 총재가 추진한 한은 개혁에 대해 대놓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김 전 총재도 이런 비판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총재 퇴임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전전하던 이 총재가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출마하자 김 전 총재가 나서 이를 막았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후 정권이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로 바뀌었고 2014년 초 김 전 총재 후임으로 이 총재가 지명됐다. 당시 중동 출장 중이었던 김 전 총재는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다는 후문이다.
이 총재도 취임 직후 김 전 총재 색깔지우기를 본격화했다. 김 전 총재에 충성(?) 했던 인사들과 소위 독수리 5남매로 불리는 발탁 인사들에 대해 중도 사퇴와 한직 발령이라는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실제 이 총재 취임당시 부총재였던 박원식 전 부총재가 이 총재 취임 후 한달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중도 사퇴했다. 한은 역사상 부총재의 중도 사임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다만 이 총재 임기 1년을 남긴 올해부터 독수리 5남매 중 3명은 속속 본점으로 복귀했다. 성병희 공보관, 유상대 국제협력국장과 최근 금융안정국장에 앉은 신운 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그동안 지역본부와 뉴욕, 베이징 등에 나가 있었다. 서영경 부총재보는 지난해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두 총재간 화해무드가 이어지면서 독수리5남매 마지막 인물인 이중식 국장의 본점 복귀도 관심사다. 그는 이 총재 취임 후 인천 인재개발원장을 거쳐 현재 워싱턴 주재원으로 근무 중이다.
한은의 정기인사는 내년 초 예정돼 있다. 이 인사는 내년 3월말 퇴임을 앞둔 이 총재의 마지막 인사가 될 예정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흘러 앙금이 남아있다고 보진 않는다. 두 분이 편하게 만날 사이는 아니나 (향후) 얼굴을 볼 수 있는 계기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