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보급된 후 ‘입력’, ‘출력’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컴퓨터 안에 뭔가 정보를 집어넣는 행위를 입력이라 하고, 컴퓨터로부터 뭔가를 빼내는 일을 출력이라고 한다. 문서 작성을 예로 든다면 타자를 하는 행위를 입력이라고 하고, 타자한 내용을 종이에 인쇄해 내는 것을 출력이라고 한다. ‘들 입(入)’과 ‘날 출(出)’, ‘힘 력(力)’을 쓴다.
입력은 힘을 들이는 것이고 출력은 힘을 빼는 것이다. 따라서 입력이나 출력은 본래 “기계에 동력(動力: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거나 기계가 한 일의 결과를 얻는 행위”를 칭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컴퓨터에 적용되면서 컴퓨터에 어떤 데이터를 줌으로써 문자나 숫자를 기억하게 하는 일을 입력이라고 하고, 입력해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어떤 결과를 내놓았을 때 그것을 빼내어 활용하는 행위를 출력이라고 하게 되었다.
입력은 ‘input’이고 출력은 ‘output’이다. 자판의 ‘Enter’ 키는 ‘input’을 하는 것이므로 ‘들어가다’는 뜻의 ‘Enter’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output’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쇄이므로 메뉴에는 ‘print’가 있다. 일본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입력’ ‘출력’이라는 용어를 우리가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입력을 ‘수입(輸入:수루)’이라고 하고 출력은 ‘타인(打印:따인)’이라고 한다. ‘輸’는 ‘보낼 수’라고 훈독하며 ‘실어 보내는’ 행위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輸入은 직역하자면 ‘실어 보내어 넣는’이라는 뜻인데 그것을 우리의 입력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한다고 할 때도 輸入을 쓰기 때문에 더러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타인(打印)’의 ‘打’는 ‘칠 타’라고 훈독하는데 ‘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打印은 ‘인쇄하기’라는 뜻이다. 서양 문명을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