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내년에도 전자ㆍ화학ㆍ정유 좋을 것”

입력 2017-11-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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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지정학적 리스크 '매우 낮음'→'낮음'으로 상향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기업이 내년에도 세계적 성장 사이클에 힘입어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긍정적인 업황을 유지할 업종으로는 반도체ㆍ정유ㆍ화학 등이 꼽혔다.

크리스티안 데 구즈만 무디스 이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에서 “올해 G20 국가의 경우 3%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 유럽, 일본 및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모두 성장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 성장 사이클에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며 “한국은 소비 및 투자 부문 등 내수에 있어서도 지난 1년간 수출 성장에 맞춰 개선됐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는 높은 가계부채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혔다.

그래엄 노드 무디스 무디스 이사는 국내 은행 영업 환경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부 정책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최근 무디스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향 조정했다”면서도 “현재 갈등이나 충돌 수준이 금융 동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앞서 무디스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매우 낮음’에서 ‘낮음’으로 한 단계 높였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 구조는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노드 이사는 “최근 국내 은행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고, 자본구조를 보더라도 다른 선진국 은행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등의 조치가 끝나면 부실 자산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병운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국내 금융권 신용도에 대해 “최근 저수익성 및 규제 변화에 대한 대응 성과에 따라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영업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손실 흡수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자체 신용도에 기반한 은행 신용도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투자은행)를 위해 자본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는 점에 대해 “자본 확대와 더불어 총 위험이 그 이상으로 증가됐다”며 “영업 구조도 중소형사들과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초대형 IB가 중소형사에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독자적 영역을 창출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레벨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 업종의 경우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위한 자본 대응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그는 “정책 기조가 보험업계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대해 극단적인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RBC비율이 낮고 현실적인 자본 확충 방안이 마땅치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조심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홍콩 이사는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향후 12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전자ㆍ철강ㆍ정유ㆍ화학업종이 견조한 수급과 저유가 영향으로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자동차 및 유통업종은 경쟁 심화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영향으로 부정적 업황을 전망했다.

그는 “유통업종의 경우 사드 이슈가 해결되더라도 경쟁 심화와 비용 구조 측면에서 단기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자동차업종은 사드 이전부터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진행되고 있어 신차 발표를 통한 경쟁력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이사는 “공기업의 신용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인 정부의 자금 지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장 큰 신용등급 하방 리스크 요인은 원화의 평가 절상과 북한과의 군사 충돌”이라고 말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올해 발행시장은 A등급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지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발행액이 늘었다”면서도 “내년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올해 선발행 효과를 감안해 내년 발행액은 다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산업별로는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견조한 모습”이라며 “과거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구조조정 업종들이 턴어라운드 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및 재무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ㆍ정유ㆍ화학 업종이 우호적인 업황을 나타내는 반면, 자동차ㆍ유통ㆍ조선ㆍ면세점 업종은 올해와 같이 비우호적인 업황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가 내년에 공개할 예정인 자체신용도와 관련해 유 본부장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자체신용도 부여 업체 230개 중 162개사(70%)는 자체신용도와 최종신용도가 동일할 것”이라며 “66개사(28.7%)는 자체신용도보다 최종신용도가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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