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쪼름한 말린 다랑어와 달콤한 초콜릿 막대과자가 만나니 자꾸만 구미가 당긴다. 가쓰오부시와 빼빼로의 궁합은 감칠맛을 배가시킨다. 그야말로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의 반복된 조합을 가리켜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말) 공식에 꼭 들어맞다.
‘가쓰오부시 빼빼로’는 서울 테헤란로 파크 하얏트 서울 지하1층에 위치한 프리미엄 바이닐 뮤직 바 ‘더 팀버 하우스’에서 맛볼 수 있다. 이자카야 스타일 다이닝 메뉴로 ‘홈메이드 빼빼로’를 야심차게 내놓은 가운데, ‘가쓰오부시’ 토핑을 얹은 빼빼로가 단연 이목을 끈다. 이 메뉴를 탄생시킨 페데리코 하인즈만(Federico Heinzmann)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을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최근 ‘단짠단짠’이 유행한다. 단맛의 화이트초콜릿과 짠맛의 일식 식재료를 생각하다보니 가츠오부시가 떠올랐다. 테스트 해봤을 때도 독특하게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위스키의 풍미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고 메뉴 탄생 배경을 전했다.
아이디어의 시초를 떠올리자면, 그는 처음 한국에 왔던 2012년 당시로 되돌아간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파크 하얏트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쿄 등을 거쳐 20여년 경력을 쌓은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나라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인즈만 총주방장은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한 직원이 힘내라며 수줍게 선물을 건넸는데, 바로 빼빼로였다”면서 “알고보니 그날은 바로 2012년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였다. 시중에 파는 빼빼로라는 흔한 아이템이었지만, 내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후, 더 팀버 하우스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던 하인즈만 총주방장은 ‘쉽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독특한’ 디저트를 고민하다 문득 빼빼로를 떠올렸단다.
그는 “흔한 초콜릿이 아니라 독특한 토핑을 올리고, 또 그 토핑이 더 팀버 하우스의 위스키, 사케 등 150여종의 주류 콜렉션과 잘 어울린다면, 환상적인 조합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메뉴 개발 당시 콘셉트를 언급했다. 특히 “빼빼로의 토핑을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주류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페데리코 하인즈만 총주방장은 가쓰오부시를 포함해 와사비, 망고, 라즈베리 등 네가지 토핑 맛을 개발하기 위해 20번 정도의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다. ‘훈제 연어 빼빼로, 간장 빼빼로’의 경우, 직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메뉴화하지 못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창의적인 아이템을 개발하려면 재료 각각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더욱이 “셰프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쾌활하고 유쾌한 인상으로 파크 하얏트 서울의 F&B를 진두지휘하는 그는 고객에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엉뚱한 생각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화이트 초콜릿의 경우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토핑하는 것이 일반적일 순 있지만, 이는 고객을 놀라게 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하인즈만 총주방장은 “화이트 초콜릿만해도 얼마나 종류가 많나. 단맛, 깊은 맛의 정도를 파악해 재료를 고른다. 동시에 정반대의 조합도 생각해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새롭게 선보일 빼빼로는 무엇일까. 그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라면서 “현재 구상 중인 아이템은 소고기 육포와 다크 초콜릿의 조합”이라고 살짝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