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경기도 일대 입주 물량이 넘쳐나면서 곳곳에서 전세가 하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도 덩달아 내려가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IBK경제연구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올해 18만7000가구, 내년 21만500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11만5000가구보다 40%가량 많은 수준이다.
향후 입주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인허가 건수 역시 2015~2016년 평균이 37만5000가구로 과거 2005~2014년 평균(23만5000가구)보다 37.5% 많았다. 통상 인허가 건수는 2년 내외의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소화를 못 한 물량은 그 다음 해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 1~9월 누적 인허가 물량은 45만4957가구로 5년 평균치보다 10.1% 많았다.
이 같은 공급 과잉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2018 국내 주요산업 전망’에서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대책과 더불어 주택 공급 과잉이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위축의 징후는 전세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가는 3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광주(-0.18%), 시흥(-0.18%), 양주(-0.13%), 화성(-0.09%), 평택(-0.08%) 등이 하락했다.
화성은 올 들어 10월까지 아파트 입주량이 1만7653가구로 경기도 전체의 19.4%를 차지했다. 화성 인구가 경기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율이 약 5%인 것과 비교하면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화성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비율)이 3월 79.2%에서 10월 말 75.3%까지 하락했다.
화성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동탄의 입주 물량이 많아 화성의 전세 수요자가 대거 빠져나갔다”며 “전세 가격은 작년보다 기존 아파트가 1000만 원, 신축 아파트는 2000만 원 정도 떨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화성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7937가구로 올 10월까지의 입주량보다 많다. 화성처럼 입주량이 많이 몰린 경기도 남부권의 성남과 오산 역시 최근 한 달 만에 전세 비율이 0.05%포인트 하락해 79.9%를 기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세종이나 동탄도 입주 물량이 많아지며 전세 가격이 조정된 경우가 있다”며 “경기도는 올해 물량도 많은데 내년엔 더 많아지므로 화성, 용인, 김포, 시흥 등은 전세 가격이 계속 조정되는 흐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공급 과잉이 전세가 하락에서 더 나아가 집값까지 끌어내릴 것이란 염려도 나타난다.
미분양수는 공급량에 비해 집값이 높은 경우 통상 증가하기에 집값 흐름을 예측하는 수치로 참고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4420가구로 전월 대비 2.4%(1290가구)가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311가구로 지난달보다 6.1% 늘었다.
미분양 주택은 3월 이후 8월까지 감소세였지만 8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8·2 부동산대책 등 규제와 더불어 공급 물량이 갑작스레 늘어난 흐름과도 맞물린다. 경기도의 올 하반기(7~12월) 아파트 입주 물량은 9만4171가구로 상반기(1월~6월) 입주 물량(3만3749가구)의 세 배 조금 밑도는 숫자다.
실제 화성시의 경우는 8·2 대책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임에도 작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5.3% 상승했다가 5월부터는 보합세다. 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로 화성 집값의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간 셈이다.
전문가는 주택 공급 과잉으로 단기적인 집값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 지역에 주택 공급 과잉으로 집값 하락이 2~3년간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 물량에 따른 가격 하락은 보통 장기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세가가 먼저 떨어지고 회복되는 걸 매매가가 뒤쫓는 형국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