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지원자격이 ‘외부인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외부 출신 인사가 중용돼야 한다는 기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한 관계자는 8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차기 행장 선출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은 이사회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무엇보다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인적쇄신의 폭을 넓게 생각한다면, 외부인사 중용 가능성은 현재 상황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주 후반 은행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워회(이하 임추위) 구성에 앞서, 이사회 내부에서 은행장 자격요건을 확대하자는 기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는 이어 “아직 이 문제를 놓고 이사들이 모여 본격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번주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내부에서 은행장 자격요건 확대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월 우리은행 과점주주(IMM PE, 한국투자증권,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추천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조건으로 우리은행 및 계열사 5년 내 전·현직 부행장급 이상 경력을 앞세워 외부인사 진입을 차단했다. 민영화 이후 첫 행장 인선에서는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특혜채용 관련 투서로 한일과 상업 간 골 깊은 갈등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중립적인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외부인사가 행장 후보군에 포함될 경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인사 개입이 가시화되면 힘 있는 인사에 줄을 대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KB금융처럼 경영진의 장기간 공백 상태를 틈타 정부가 나서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는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예금보험공사는 임추위 참여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관치’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예보는 1월 우리은행 행장 선출 때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임추위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내부 갈등을 없애고 빠른 경영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여론전을 펼치며, 임추위 진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이사회 관계자 “예보가 관치 논란에 한발 뒤로 물러난 상황이지만, 사안의 핵심은 우리은행 최대 주주는 예보로 이사회 내부에서 의결권 비중이 가장 높아,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