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에게 빼앗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들에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리 탈환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자본력을 가진 중국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과거 일본은 디스플레이 산업을 호령하던 국가였다. 그러나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LCD(액정표시장치) 기술력에 취해 패착한 결과 한국과 중국, 대만 등 글로벌 LCD 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뒤쳐짐과 동시에 OLED 투자 적기도 놓쳤다.
2012년 LCD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일본은 이후 산업혁신기구 주도로 재팬디스플레이(JDI)를 설립했다. JDI는 애플 아이폰에 패널을 공급하며 스마트폰용 소형 디스플레이의 세계 최대 제조사로 등극했지만 스마트폰용 패널 대세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점차 전환되면서,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JDI의 계열사인 JOLED가 세계 최초로 인쇄 방식을 활용한 저비용 OLED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 JOLED에 따르면 해당 공정은 기존 증착 방식보다 초기 투자비용도 적게 들고 재료도 10∼20%가량 적게 사용한다. 또 TV용 패널의 경우 생산 비용을 한국의 경쟁 업체들보다 30∼40%까지 낮출 수 있다.
JOLED는 양산을 위한 프로젝트 자금으로 1000억 엔(약 976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 유치를 위해 현재 자국 기업인 소니와 캐논, 스미토모화학 등에 투자 타진을 시작했으며, 중국 기업에도 투자 요청을 받을 계획이다. 특히 해당 기술에 중국 BOE와 CSOT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들과 JOLED와의 협력이 유력해지고 있다.
OLED 소재 원천기술을 가진 이데미츠코산도 5월 중국의 BOE와 고성능 OLED 소재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기술력을 가진 일본 업체들은 자본력을 가진 중국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겠다는 목표다.
소형전지에서도 강자였던 일본은 한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소형전지 점유율에서 삼성SDI가 1위(18.5%)를 차지했다. 뒤이어 일본의 파나소닉이 2위(16.8%), LG화학(13.1%)이 3위를 차지했다
일본 전자부품업체인 무라타는 9월 소니의 배터리사업을 인수한 뒤 소형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라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부품 업체로, 특히 스마트폰 부품 시장에서 소니 배터리 사업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라타는 2020년까지 500억 엔(약 4886억 원)을 들여 싱가포르와 중국 우시에 있는 배터리 공장을 증설한다. 이를통해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 배터리 점유율을 20~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업체들이 빠르게 뒤쫓고 있는 중대형 전지(전기차용 배터리)에서도 일본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개발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1위 업체인 일본 파나소닉은 1000억 엔(약 9764억 원)을 투입해 일본, 중국, 미국에서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도시바도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10년간 개발해온 고속충전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배터리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해 용량이 2배 높고 6분만 충전해도 최대 32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도시바는 일본 정부에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이 제품을 상용화해 공급할 계획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일본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추격하고 있다”며 “업계의 노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일본과 중국 모두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