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 내 권력 다툼에 영향을 받아 약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가 배럴 당 60달러를 넘어 7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지난 4일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 체포 명단에는 알 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됐다. 그는 킹덤홀딩스의 회장으로 ‘중동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린다. 씨티그룹, 트위터, 리프드 등 글로벌 대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그를 체포 명단에 올려 반부패 개혁에 성역이 없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에서는 사우디 왕실이 권력을 재편하고자 칼을 빼든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다. 사우디 내 권력 다툼이 고조되자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돼 유가는 급등했다. 부패 척결을 주도하는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OPEC의 감산 합의를 강력하게 지지한 인물이라는 것도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빈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공고히 하면 산유국들의 감산 기한이 연장될 수 있고, 그 영향으로 유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OPEC을 포함한 산유국은 내년 3월까지로 한 차례 감산 기한을 연장했다.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산유국들은 내년 말로 감산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중동에서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 갈등이 고조돼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를 이어받아 사우디 영향이 계속되면 연말까지 배럴 당 70달러도 노려볼 만하다고 FT는 분석했다. 네덜란드 컨설팅업체 베로시의 시릴 위더쇼벤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왕국의 불확실성 증가는 원유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셰일 생산업자를 포함해 원유 생산자들이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유가 상승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카르스텐 프리츠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내 긴장이 시장을 주도하는 요인이지만 유가 급등은 단기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71달러(3.1%) 오른 57.3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2015년 6월 30일 이후 최고가이자 작년 11월 30일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월 물 가격은 전일 대비 2.20달러(3.54%) 상승한 64.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12월 1일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