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에틸렌 설비 증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틸렌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중국의 재고 축적 등 투기적 수요를 배제하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낮아 이번 에틸렌 증설이 에탄크래커 업체들의 ‘치킨게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에탄 크래커 공급 속도가 계획보다 늦춰지고 있어 단기간 에틸렌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총 11기(11mpta 규모)의 신규 및 증설 설비들이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 에틸렌 수요의 7.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미국 내 에틸렌 설비들의 증설은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2~3개월 연기됐지만 지연됐던 주요 프로젝트 가운데 첫 번째 설비가 9월 마지막 주 가동에 들어갔다”며 “내년 3월까지 총 11기의 신규·증설 설비들이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에틸렌 증설 러시는 2022년 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2~4분기에는 총 4mtpa 규모의 증설이 예정돼 있는 등 2018~2020년 사이 신규 가동될 에틸렌 설비 규모는 총 6mtpa를 초과한다. 내년 2분기부터 증설 설비의 가동시기는 3년 이후까지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하나 에틸렌 수급 상황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늘어나는 공급을 수요가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중국의 재고 축적에 힘입어 2009~2011년, 2016년~올해 1분기까지 나타났던 에틸렌 수요 강세가 재현된다면 에틸렌 공급 증가분을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재고 축적과 재고 소진을 오가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선구매도 증가해 에틸렌 수요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추가 가동 지연이나 투기수요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에틸렌 스프레드는 전년 대비 11~34%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호황을 예상하고 앞다투어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대한 것이 시장 상황을 악화시켜 에틸렌 생산업체에는 악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에틸렌 공급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측면이 있어 급격하게 시황이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됐던 증설이 연기되며 에틸렌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 단기적으론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화학업체에 미칠 영향도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에틸렌 증설 설비가 북미에 집중돼 있어 아시아로 유입되는 물량은 적을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탄크래커(ECC)에서 나오는 제품과 국내 나프타크래커(NCC) 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