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 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단독·다세대·연립 주택(이하 주택) 매매량이 아파트를 추월했다. 8개월 만의 일이다. 8·2대책, 가계부채종합대책 등 각종 시장 안정책이 나온 뒤 아파트값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서민층 실수요자는 물론 일부 투자 수요가 비교적 저렴한 주택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에 가치가 뛸 것으로 보이는 재개발 주택 단지에선 여전히 투자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아파트 매매량은 3749건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단독주택(1145건)과 다세대·연립주택(3181건) 매매량을 합친 것보다 적은 수치다. 이는 2월 주택 매매량(4761건)이 아파트 매매량(4660건)을 넘어선 이후론 처음이다. 2016년 기준 아파트는 서울 전체 주택 수의 58%를 차지하고 단독·다세대·연립 주택은 41%를 점하는 상황이다.
8·2 대책 이후로 아파트 매매량은 현저히 줄었지만 주택 거래는 비교적 숨통이 트인 편이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7월에 비해 9월 매매량은 아파트가 35.04% 줄어든 반면 단독주택은 8.11%, 다세대·연립주택은 4.65% 감소한 데 그쳤다. 아파트와 주택을 같이 취급하는 한 중개업자는 “아파트 거래량이 완전 ‘멘붕’이라면 주택 거래는 ‘보통’”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택 매수는 실수요 서민층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은평구 한 중개업자는 “이 지역의 주택 매수자는 백이면 백 실수요 서민들”이라며 “50㎡대 넓이의 다세대주택이 1억 원 후반에서 2억 원까지 거래가 이뤄지는데 아파트는 비슷한 평형에서 3억 원 넘게 팔리니 주택으로 서민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의 중위가격은 1억9975만 원인 반면 아파트는 5억4889만 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중위가격이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노원(3억550만 원)도 3억 원이 넘는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는 투자 목적의 주택 거래도 빈번하다. 재개발 중인 방화뉴타운의 한 중개업자는 “이곳은 투자 목적 거래가 대부분”이라며 “강서구가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개발을 염두에 둔 현금 부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래에서도 개발 여부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거래 감소폭이 적은 이유로 저렴한 가격과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점을 꼽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에 비해 주택은 가격 측면에서 실수요자가 당장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투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주택은 아파트보다 규제가 적어 각종 시장 안정책의 타격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