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노조 ‘CEO 인사부터, 경영 참여까지’…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

입력 2017-11-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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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우리銀 노조‘이사회 진입’준비… 찬반 이견 팽팽 금융권 ‘긴장모드’

▲9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작 규탄 및 후보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B금융은  20일 주주총회에서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제시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건을 표결한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에 추천하기 위한 주주제안 검토,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9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작 규탄 및 후보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KB금융은 20일 주주총회에서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제시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건을 표결한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에 추천하기 위한 주주제안 검토, 후보자 물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낙하산 인사 견제장치 Vs 지나친 경영권 간섭”

KB금융 노동조합이 친(親)노조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나서자 금융권이 내홍(內訌)에 휩싸이고 있다. 결과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은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리 시장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이 낙하산 인사 견제장치와 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지나친 경영간섭과 함께 노조의 이익에만 집중될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양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노동계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적폐대상자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우리銀 노조 추천 인사, 사외이사 진입 초읽기 = KB금융은 이달 20일 주주총회에서 KB금융 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제시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건을 표결한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참여연대 출신인 하승수 변호사다. 가결되면 은행권 최초로 노조 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주주제안을 시행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잔여지분을 매각하는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이후를 주주제안의 적기로 보고 있다.

노조는 주주제안의 전제 조건인 완전 민영화 등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 잔여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 위원들이 최근 교체되고 새 진용을 꾸린 만큼 매각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초 이광구 행장은 올해를 금융지주사 전환 시점으로 특정했다.

핵심은 주총에서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의 통과 여부다. 상법에 따르면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을 하면 가결이 된다. 소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으로선 가결을 확정지을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우리은행 노조는 주총에서 부결될 것을 감안해 우리사주 조합의 지분을 더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예보 지분(18.78%) 가운데 2%포인트 가량을 추가적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사주조합 지분율은 현재 5.5%에서 7~8%로 올라간다.

노조 관계자는 “7~8%까지 확보해도 법적으로 가결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사주지분을 늘리면 시장에서 봤을 때 좋은 이미지를 줄 것이고 그랗게 되면 주총에서 가결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현재 사외이사 자리에 추천할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 올 초에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노조 측 사외이사로 검토했다.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정부 인사로 가면서 지금은 은행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민영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 다른 분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주주 권한”VS “지나친 개입” =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 추천 인사가 선임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법상으론 문제가 없다.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인 만큼 상법상 명시된 주주제안권(제363조의2)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은 이사회에 보고되고, 이후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절차를 거친다.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기능을 정상화시켜, 사외이사가 경영진 견제를 제대로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조가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도 주주제안을 통해서 사외이사 추천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열려있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다”며 “임단협 등 이미 노사협상의 채널이 이미 존재해 자기 입장이 반영됐는데도 주주로서 목소리 내면 이중 경로가 생기는 것으로 과도한 경영개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총 안건 올라가도 결국 과반의 찬성 있어야 할 텐데 가결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이 장기산업인데 현재 영업 등을 보면 단기 성과주의로 가고 있다”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이런 과도한 성과주의로 가는 것을 억제하는 데 목소리를 내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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