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가상통화의 전통 금융시장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상상품 거래소인 CME그룹이 올해 안에 가상통화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제 비트코인은 금리와 주가지수, 금과 원유 등 원자재, 외환처럼 선물 거래 대상이 되면서 전통 금융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도입되면 월가의 은행과 트레이딩 업체들이 변동성이 큰 디지털 통화에서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인투자자들도 금과 원유처럼 쉽게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CME의 테리 더피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선물 상품의 부재로 투자자들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비트코인에서 헤지할 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가상통화 시장의 진화에 따라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는 비트코인 선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ME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은 현금으로 결제되며 가격은 비트코인 지수인 ‘CME CF 비트코인 레퍼런스 레이트(CME CF bitcoin Reference Rate)’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이 지수는 비츠맵과 GDAX, 잇비트와 크라켄 등의 가상통화 거래소 데이터를 종합해 가격을 산출한다.
시카고 소재 트레이딩 업체 DV체인의 가렛 시 CEO는 “CME의 발표는 가상통화가 금융시장에서 합법성을 더욱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가상통화의 유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물 거래 도입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고공행진을 펼쳤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은 처음으로 6400달러 선을 돌파해 6415.28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상통화 시장을 놓고 거래소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최대 옵션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지난 8월 가상통화 거래 플랫폼 제미니트러스트와 손잡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관건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이다. CME와 CBOE 모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 사상 첫 비트코인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불허했다. 다만 CFTC는 SEC보다 가상통화에 좀 더 호의적이라는 평가다. CFTC는 지난 7월 스타트업 레저X의 비트코인 옵션 거래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