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후 2달 동안 채용공고를 낸 127개 기관 중 22개 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체 332개 공공기관 중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의견을 교환한 곳은 1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최근 고용노동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두 달간 채용 공고를 낸 127개 기관 중 22개 기관은 이력서에서 학교명과 사진을 요구하는 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 가족관계와 출신지를 요구하는 공공기관도 있었다.
또 332개의 공공기관 중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전 이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한 곳은 3.01%인 10곳에 불과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0개 기관을 제외하고는 고용노동부와 관련 협의 없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지난 6월 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나온 이후 13일 만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 방안이 마련됐다. 이어 일주일 뒤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배포됐다. 전체 332개 공공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기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김삼화 의원은 “채용에서 평등하게 기회가 제공되고, 공정한 과정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취지의 블라인드 채용 도입 자체는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공공기관을 실험 대상 삼아 너무나 성급하게 추진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블라인드 채용에 맞는 평가 체계를 준비하는 등 보다 신중하고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며 “지금부터라도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