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26일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했다. 장남식 현 손보협회장 이후 3년 만에 다시 관 출신이 협회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한 이후 재무부, 대통령 법무비서관실 행정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 관세청장 등을 거쳤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캠프 정책자문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손보협회의 이 같은 결정으로 새로 회장을 뽑아야 하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역시 관 출신이 자리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협회마다 ‘더 영향력’을 갖춘 인물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가 거론되는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후보군은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지만 관 출신으로 구성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협회장 자리가 보은성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권마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한데, 업계의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거론된 차기 협회장 후보 모두 고령인 점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현 협회장 가운데 이수창 생보협회장(1949년생)이 가장 나이(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953년생, 장남식 손보협회장 1954년생)가 많다. 업계에서도 이수창 회장의 연령대가 너무 높다는 얘기는 줄곧 지적됐다.
그런데 차기 협회장 후보의 연령대가 이수창 회장과 비슷하거나 많자, 금융협회가 ‘관료들의 경노당’이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김용덕 손보협회장 후보는 1950년생,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거론된 홍재형 전 부총리는 무려 1938년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업계도 젊은 CEO가 추세인데, 회원사를 관리해야 하는 협회장의 연령대가 너무 높으면 상호간 소통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옛날 사고방식을 갖춘 관 출신이 협회장으로 채워지는 게 업계에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 출신이 업계 입장을 정부에 잘 전달해 줄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 반대로 정부 정책을 강행하도록 업계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