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고실업 등 경제난국이 가중되고 있지만, ‘첩첩산중 경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할 공직사회 이면은 부패의 얼룩이 가시질 않고 있다.
고위급 인사가 연루된 부패신고 사건을 덮거나 퇴직 부패 공무원의 재취업 탈출구를 열어주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치권과 정부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정부 출범 이후 2016년 말까지 국민권익위원회가 신고받아 처리한 300여 건의 부패사건 중 단순 통보한 건은 21건에 머물렀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3~2017년 6월)간 재취업한 공직사회의 비위면직자는 383명 규모였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는 정치인, 공기업 대표, 육군 장성 등 고위공직자의 특혜채용, 납품비리 부패사건이 대부분 수사기관에 이첩되지 않고 소속기관에만 단순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권익위 전 고충민원 조사관 증언을 보면 당시 민원사건 조사 중 공무원의 위법업무에 대해 수사 필요성을 발견하고도 감사·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은 부패 신고사항에 대해 조사가 필요할 경우 내부감사는 감사원에, 범죄혐의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그러나 권익위는 공기업 대표의 특혜채용 지시 의혹과 관련한 부패신고 사건을 확인하고도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 출신 A 공공기관장의 경우는 부하직원의 친인척을 허위 채용해 고용부담금을 면제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수백만 원대의 월급을 부당지급한 사건이나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 이첩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B육군 장성의 납품비리 연루 의혹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부 검토과정이 있었지만, 이송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뿐만 아니다. 부패행위로 퇴직한 공무원들의 재취업 탈출구도 마련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패행위로 퇴직하고 재취업한 비위면직자 383명 중 취업제한 조치를 받은 건수는 50명(13%)에 불과했다.
관료를 지낸 한 경제학 교수는 “공직자의 부패 근절을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