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도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은 ‘꽃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 전 기관과의 업무 연관성이 높은 대기업·로펌 등에 재취업하는 만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부와 통계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상 한국의 실업률(계절 조정)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3.5%에서 2015년 3.6%, 지난해에는 3.7% 오른 실업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서도 8월 실업자 수는 100만 시대를 맞았다. 취준생과 구직 단념자, 쉬고 있는 인구 등을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실업자는 500만 명이 넘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재취업시장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른바 ‘사오정(45세 이상 정리해고)’으로 불리는 40대 장년층의 취업자 수가 3년 사이 8만3000명 감소했고, 50~60대 취업자는 대부분 저임금의 질 낮은 일자리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 실태를 보면 취업난은 다른 나라 얘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의원(국민의당·비례대표)이 공개한 ‘고위 공직 출신 재취업자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 고위 공직자 출신(4급 이상) 재취업자 1947명 중 절반이 대기업·공공기관·로펌으로 옮겨갔다.
재취업자 중 ‘삼성’에 취직한 고위 공직자는 124명으로 압도적이다. 2위는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 등 범현대계열사에 재취업한 경우다. 이어 공기업 73명, 한화 45명, 김앤장·태평양 등 로펌 45명, 공공기관 40명 등의 순이다.
재취업자의 소속 기관은 국방부가 506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통령실 136명, 금융감독원 118명, 검찰청 109명, 국정원 92명 등도 뒤를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로펌행이 많았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 출신 퇴직자들은 새 직장을 찾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관계로 공직을 버리고 나가는 것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라며 “다만 다시 회전 문 인사로 돌아오는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은 “전관들의 현직 공직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식 인사채용을 근절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더욱 엄격한 재취업심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