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총재는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지를 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초 한은 출입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후 “향후 방향성은 인상”이라고 했다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취임 후 내리 인하에 나서면서 곤혹을 치렀다.
그런 이 총재가 19일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시 인상 깜빡이를 켰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높였고 물가상승률은 목표수준에 부합하는 2%로 예상한다. 이렇게 보면 금융완화 정도를 줄일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지난 7월 및 8월 금통위와 인천 연수원에서 밝힌 언급보다 강한 시그널이다.
◇6년1개월만 인상 소수의견, 사실상 4대3 동결 가능성도 = 이일형 금통위원이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인상 관련 소수의견이 나온 것은 2011년 9월 당시 김대식 위원과 최도성 위원이 인상을 주장한 이래 6년1개월만이다. 이 위원은 7월 금통위에서도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매파적 색깔을 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 위원이 총재 추천 몫 위원이라는 점이다. 자칫 총재의 리더십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부총재 보다는 이 위원을 통해 총재의 복심을 드러낼 수 있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윤면식 부총재로 추정되는 위원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이 총재는 기자 질의에 즉답을 피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세 명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외에도 매파적인 금통위원은 더 있다. 신인석 위원의 경우 지난달 기자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평가한다. 비록 중립금리가 하락했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충분히 낮아 중립금리를 하회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8월 금통위에서는 “경기 및 물가 관련 불확실성과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부담 증대 가능성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더 많은 분석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시간을 좀 더 갖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회의시간과 결과 발표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전일 동향점검회의는 낮 12시30분에 끝났다. 오늘 금리결정 발표도 9시57분경 나왔다. 통상 이견이 없는 만장일치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다. 이번엔 예외였다.
사실상 총재를 비롯한 집행부를 중심으로 금리인상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이에 동조하는 금통위원이 여럿 있다는 점 등에서 난상토론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월과 2월은 정치경제학적으로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새해 벽두부터 금리를 변경한 사례가 거의 없고, 설 연휴로 인한 경제데이터 왜곡 발생 가능성도 높아서다. 또 2월에는 후임 총재가 지명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이 12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이상 굳이 한은이 이같은 결정을 본 후 판단할 일도 아니다. 실제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도 현재 시장 예상대로라면 12월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 같이 감안해서 내외금리차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