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국감 무용론 언제까지…

입력 2017-10-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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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국정감사 무용론’. 매년 국정감사가 시작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의정 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감은 1987년 개헌으로 부활한 지 올해로 30년째가 됐다. 정부와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의원들의 막말과 호통, 삿대질에 묻지마 증인신청, 무더기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점철되며 여전히 역기능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여야 정쟁에 걸핏하면 국감을 거부하고 파행을 일삼는 것은 국회에 오랫동안 쌓인 적폐(積弊)가 돼 버렸다. ‘호통국감’, ‘맹탕국감’ 속에 ‘정책국감’을 실현하려는 의원들과 보좌진의 ‘구슬땀’은 묻혀 버리기 일쑤였다.

국감 적폐는 어찌된 일인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첫 국감에서는 이전보다 되레 더 구태스러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주도권을 새로 쥔 쪽과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쪽 간의 싸움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공수가 뒤바뀐 여야는 국감장에서도 정쟁의 멍석을 깔았다.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적폐 찾기에만 혈안이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을 국감 기조로 정했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도 쟁점 현안은 일찌감치 던져 버린 채 현 정권의 안보·인사 무능을 ‘신(新)적폐’라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국감은 어느새 ‘과거와의 전쟁’이 돼 버렸다. 현재를 거울 삼아 미래를 지향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누가 더 과거를 잘 파헤치는지 경쟁하며 소모적인 정치 난타전만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제 국감 시작부터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는 과거 정권 대리전 양상으로 파행이 속출했다. 헌법재판소 대상 국감은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자격 논란으로 국감 자체가 무산됐다. 또 해양수산부 국감은 세월호 상황보고서 조작 의혹을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져 두 시간 동안 정회됐다.

이것도 모자라 국감 시즌인데도 과거 사안에 대한 ‘고발전’까지 난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일가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에 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원조 적폐’를 주장하며 예고했던 법적 대응의 일환이다.

당장 민주당은 “막가파식 정쟁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야당에 정치보복 논란과 맞불의 불씨를 제공한 이가 바로 여당이기에 어느 쪽도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라 안팎의 위기 속에 상임위마다 굵직한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 지금처럼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몰두한다면 국감은 정말 존폐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한국당은 국감을 무기로 삼아 어깃장만 놓지 말고 국감 현장에서 현 정부가 잘못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여당도 소모적인 정쟁을 부추기지 말고 생산적인 정책 감사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다당 체제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국정감사 정쟁을 중재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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