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경영진 세대교체와 함께 조직에 대한 대대적 쇄신작업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수합병(M&A) 관련 조직에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더십 부재가 길어지는 가운데, 중장기 먹거리 발굴에 더는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직 쇄신 작업 가운데 하나로 손영권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에게 권한을 최대한 위임해 인수합병 대상 물색 등의 작업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손 사장이 이끄는 전략혁신센터는 실리콘밸리 기업과의 교류 및 M&A 등을 주도한다. 이에 삼성전자의 대형 M&A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초대 인텔코리아 사장을 지낸 손 사장은 하만 인수를 성사시킨 주역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참모로 꼽힌다.
또 삼성전자는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등 대표이사 3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대규모 투자나 기업 M&A 등 삼성전자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을 맡고 있다. 내년 3월 권 부회장이 이사회 자리에서 물러난 후 경영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삼성전자의 M&A 시계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멈췄다. 반면 구글과 애플 등 경쟁업체는 한 달이 멀다 하고 M&A을 단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루프페이 인수로 삼성페이를 앞당겼던 것처럼 삼성은 M&A를 통해 시간을 사는 전략을 구사해왔는데, 오너 부재 이후 사실상 대형 M&A가 사라졌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 속도를 혼자서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꾸준히 M&A 대상 기업을 물색해왔지만,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M&A를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게 삼성 안팎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련 권한을 최대한 실무진 및 경영진에 위임하고, 이 부회장과 옥중 협의를 통해 살 만한 회사는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손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CEO 서밋’에서 향후 M&A 및 투자 방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선언한 투자 방향성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구분을 넘어 ‘데이터’에 방점이 찍힌다.
20세기에 석유 자원으로 산업혁명이 발생했다면, 미래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Data is new oil)가 돼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