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재인증을 거부하고 일방적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대(對)이란 전략 연설에서 “이란과의 협상은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것 중 최악의 협정”이라며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협정을 여러 차례 위반했고, 원심분리기 가동에 대한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폭력과 테러, 이란의 실질적인 핵 위협 등 예상 가능한 결론에 도달하는 길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5년 7월 주요 6개국은 이란과 핵협정을 타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대 외교 성과로도 꼽힌다. 국제사회는 협정을 통해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이란에 가했던 제재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제정된 코커-카딘 법에 따라 미국은 이란이 협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제출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인증을 선언하면서 의회는 앞으로 60일 내에 제재 재개 여부를 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개정을 주문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기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의회와 동맹국이 협력함에도 해결책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협정을 파기할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언제든지 우리의 참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에 대해서는 “불량 정권”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광신적인 체제의 통제에 있다”면서 “전 세계에 죽음과 파괴, 혼란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세계 최고의 테러 지원국”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럽의 동맹국들 심지어 자국 정부조차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했음에도 “이란은 여러 차례 협정 위반을 저질렀다”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JCPOA의 다른 서명국들은 조건을 재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협정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은 미국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