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이 중국 최대 부호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연구소의 올해 중국 부자 리스트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던 왕젠린 회장의 순위가 5위로 떨어졌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활발하게 해외 인수ㆍ합병(M&A)을 벌였던 완다 등 기업을 집중 단속하면서 그 여파로 왕 회장의 재산이 크게 줄었다고 FT는 설명했다. 그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28% 줄어든 230억 달러(약 26조 원)로 집계됐다.
왕젠린은 공격적인 M&A로 완다를 부동산에서 미국 최대 시네마체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스페인 축구팀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제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올 들어서 당국이 막대한 빚을 내 해외 M&A에 나선 기업들에 대해 은행대출 중단을 지시하는 등 철퇴를 내리면서 완다 주가가 급락해 결국 중국 1위 부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중국의 또다른 부동산 재벌인 쉬자인 헝다그룹(영문명 Evergrande) 회장이 올해 1위에 올랐다. 쉬 회장의 재산은 전년보다 272% 급증한 430억 달러로 평가됐다.
중국 IT 양대산맥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과 알리바바그룹홀딩의 마윈 회장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4위는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영문명 Country Garden)의 양후이옌 회장이다. 그는 재산이 230% 급증해 순위가 지난해의 22위에서 껑충 뛰었으며 중국 최대 여성 부자에도 등극했다.
국영기업이 에너지와 통신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부자 리스트에서 상위를 차지한 기업가 대부분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부동산과 제조업 분야에서 나타났다고 FT는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 분야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알리바바와 금융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에서 올해 무려 43명의 부자를 배출했다. 루퍼트 후거워프 후룬연구소 설립자 겸 회장은 “1999년 처음으로 부자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가까스로 50명을 채웠다”며 “그러나 오늘날 알리바바에서만 이와 비슷한 수의 부자가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룬은 올해 재산이 최소 3억 달러가 넘는 부자 2130명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다. 이들 부자의 평균 연령은 53세였으며 연평균 재산 증가율은 무려 60%에 달했다. 여성은 전체 부자 중 24%를 차지했다.
후거워프 회장은 “중국에서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부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리스트에 나온 부자 1명당 숨겨진 부자는 2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