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민은행장 인선은 윤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이하 상시위)에서 추천한다. 상시위는 윤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최영휘·박재하·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이홍 사내이사(국민은행 부행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윤 회장은 지난달 26일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된 직후 상시위원들과 국민은행장 인선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외풍을 막는 일이 급선무였다. 국민은행은 2001년 정책금융기관이었던 주택은행과 합병해 낙하산 인사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내부 출신인 만큼 국민은행장은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태 초대 은행장을 비롯해 강정원·이건호 전 은행장까지 모두 외부 인사였다.
그러나 이번에 허 부행장이 내정되면서 국민은행은 통합 출범 이후 첫 내부 출신 인사를 은행장으로 맡게 됐다. 앞서 윤 회장이 내부 출신으로 연임한 첫 사례에 이어 KB금융 역사에 새로운 획이 그어진 셈이다.
윤 회장은 허 내정자와 함께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 갈등으로 불거진 ‘KB 사태’ 이후 3년 만의 거대한 지배구조 변화에 조직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말 계열사 CEO 정기 인사보다 먼저 은행장 선임 마무리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더불어 윤 회장은 여전히 극심한 노동조합의 반발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허 내정자가 통합 국민은행 이전부터 조직에 몸담아온 원년 멤버이자 내부에 적이 없는 중도 성향의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높다.
허 내정자는 1961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에서 학사,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흡수 합병된 후 여신심사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허 내정자가 낙점되면서 국민은행은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허 내정자는 4대 은행의 은행장 중 유일하게 1960년대생이다. 더불어 국민은행의 상무 이상 임원 16명 중 이홍 부행장, 허정수 부행장 등 7명이 허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다.
은행권 관계자는 “허 내정자는 KB금융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연말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