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들의 사업 철수 요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을지라도, ‘사드 보복 때문에’ 철수를 결정했다는 데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롯데, 신세계가 손실을 보고 사업 철수까지 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려면 이들 기업이 사드 이전에는 중국에서 돈을 잘 벌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나 이마트 등은 사드 이전부터 줄곧 적자였다. 롯데쇼핑의 경우 2016년 사드 배치 발표 이전(2012년 -1883억 원, 2013년 -1830억 원, 2014년 -5594억 원)에도 줄곧 적자였다.
이마트 역시 중국 진출 이후 매년 적자(2010년 -910억 원, 2011년 -1114억 원, 2014년 -925억 원)를 이어왔다. 2012년 4577억 원이던 이마트 매출은 사드 배치 이전 2015년에 매출이 반토막 난 2122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와 신세계가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선을 롯데와 신세계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글로벌 유통업체로 넓혀 보자.
사드 보복 조치 때문에 롯데와 신세계가 손실을 보고 중국에서 철수했다면, 사드 보복이 없는 미국, 영국 등 글로벌 유통업체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2011년 마텔, 2012년 미국 홈디포, 2013년 영국 테스코, 2014년에는 프랑스 로레알 중저가 브랜드 등 많은 해외 유통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철수할 때 롯데나 이마트 등 국내 유통 기업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하거나 철수 판단을 늦게 내려 손실을 키운 셈이다.
사드 보복 조치 와중에 흥한 기업도 많다.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화장품을 꼽고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리아나 등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실적은 오히려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4년 4649억 원이던 중국 매출은 사드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지난해 7657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매출과 이익이 줄자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라고 하지만, 그러면 올해 오히려 중국 실적이 좋아진 LG생활건강은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국내 많은 유통업체들이 중국에 앞다퉈 진출할 때 필자는 국내 대형 엔터사 경영진에게 왜 중국에 적극적으로 직접 진출하지 않는지 물은 적이 있다. 이때 이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미성숙한 시장 등 아직까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자금만 국내로 유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사드 피해 업종이라고 하는 엔터사들 중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엔터사들의 실제 피해가 거의 없는 이유이다.
중국 내 롯데마트를 매각 검토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여론은 사드로 결국 올 것이 왔다고 반응했지만, 15일 주식시장에서 롯데쇼핑은 8% 급등했다.
롯데쇼핑이 사드 이전부터 매년 1000억 원가량을 손해 봤고 앞으로도 계속 볼 것으로 예상하던 상황에서 철수한다고 하니 잠재 부실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이다. 투자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롯데쇼핑의 중국 철수 요인을 결국 경영 실패로 해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