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카드사 등 전 업권의 연체 가산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특히 연체 가산금리를 포함해 최고금리 수준의 고리를 매겨온 저축은행들은 영업 관행에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우선 추진 과제’를 발표한 뒤 가진 현장메신저(소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독일 등 금융 선진국처럼 내릴 수 있다면 2~3%포인트(연체 가산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약정금리에 연체 가산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15%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연 12~13%로 연체 이자가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
연체금리는 애초 고객이 은행과 맺은 ‘약정금리’(상품별 상이)에 연체한 기간별로 차등 부과되는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시중은행은 약정금리(연 3~5%)에다 연체 가산금리(연 6~9%)를 더해 약 9~14% 수준의 연체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 연체 가산금리가 연 6~8%로, 최고 연체금리를 연 15% 매기고 있다. 전체 은행 중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의 연체금리가 연 16.9%로 가장 높다.
최 위원장이 국내 연체금리와 비교한 선진국은 연체 가산금리가 3%포인트 이상 저렴하다. 미국은 약정금리에 3~6%포인트, 독일은 기준금리에 2.5%포인트를 가산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약정금리에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최고금리인 연 27.9%까지 연체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대형저축은행(SBI·OK·HK·JT친애·웰컴)들의 연체 가산금리는 연체 기간에 따라 연 8~12%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연 6~8%)과 비교하면 2~4%포인트가량 더 높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연체 가산금리가 11~12%, OK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8~12%, HK저축은행은 10~12%다. 이들은 애초 상품별 대출금리에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최고 금리까지 부과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를 부과해온 저축은행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최고금리가 현재 연 27.9%에서 연 24%로 내리는 데다 연체금리 인하까지 겹친 탓이다.
현재 저축은행 금리는 과도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형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는 SBI저축은행 연 20.84%, OK저축은행 연 25.88%, HK저축은행 연 25.23%, JT친애저축은행 연 22.21%, 웰컴저축은행은 연 25.49% 등이다.
카드사들은 연체 가산금리를 별도로 공시하고 있지 않지만 카드론 금리(5.9~26.9%)에다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연체금리(21~27.9%)를 최고 금리 수준까지 부과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카드론 금리(연 6.10~26.2%)에 연체 가산금리를 더해 연 23~27.9%를 연체금리를 매기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 업권의 연체금리 인하 시 약 135만 명의 금융권 연체차주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 업권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마련, 올해 안에 연체금리 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방침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고객 자체가 중저신용자나, 저신용자가 많아 연체 가산금리를 내려도 최고금리 구간에서 대출이 나가는 만큼 이들에겐 인하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 등에도 장기적으론 동의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영업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