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개혁·재벌개혁·공정개혁이 기업 활동을 제약하거나 반기업적 경제철학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공정하고 투명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기업하기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유럽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것만으로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몇 퍼센트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 새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펴는 지금이 한국을 믿고 투자할 때이며, 한국 투자를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한국경제 세일즈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금융계 핵심리더들과 사전환담을 한 후 현지 금융·기업인들을 200여 명이 참석한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그동안 한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금융·기업인들을 만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이번 행사처럼 최대 규모로 해외투자자들에게 경제정책과 현안에 대해 직접 질의응답을 하며 의견을 나눈 것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제이 콜린스 씨티그룹 관계자가 재벌개혁의 방향을 묻자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이 재벌 해체나 소유·경영권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재벌의 지배와 의사결정을 비민주적 구조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바꾸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감도 높이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히려 이것이 재벌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한국 경제의 활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미 FTA의 호혜성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바란다”며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규모가 2015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올 상반기에도 30% 이상 감소했다는 추세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미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FTA의 성과와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차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양국에 도움이 되는 한·미 FTA를 굳건히 지키면서,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북핵과 한국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일부 언론에 북핵 리스크로 한국 경제가 불안한 것처럼 보도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국 경제는 북핵 도발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답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편 이날 본 행사 전 사전환담에는 ‘미국기업인협회’ 회장을 지낸 헨리 크래비스 KKR 회장,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조력자로서 ‘전략정책포럼' 의장을 지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 부통령을 역임한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미국 금융계 핵심 리더 8명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사전 환담에 이어 진행된 본 행사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UBS, 크레디트스위스(CS) 등 투자은행, 스타우드 캐피털, 브룩필드 등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각계 CEO 등 고위급 인사 100명을 포함해 200여 명의 미 금융·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