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 정치권 갈등] 文정부 ‘검찰 개혁’ 핵심… ‘檢 위의 劍’ 이번엔 날 세울까

입력 2017-09-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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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한국당 반발 속 권고안 국회 통과 촉각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은 검찰 개혁의 시작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지고도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로 정권의 보위 역할을 해왔던 과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에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배경이다. 그러나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 권고안은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자유한국당 검찰 출신 의원들이 ‘공수처 홍위병론·공수처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20년 가까이 ‘추진과 무산’을 반복해 온 공수처 도입이 현실화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DJ정부 이후 20년간 추진·무산 반복 ‘이번엔 성사될까’ = 공수처는 시기별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공직부패수사처 △특별수사청 등 다양한 이름이 붙으며 도입이 추진됐던 독립 수사기구다. 공수처는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으로 설치 논의가 시작됐다. 정치권력으로 부터 자유롭고, 내부 비리 척결에 한계가 있는 검찰권을 견제할 수 있는 별도의 수사기관이 판·검사는 물론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당시 법무부 주도로 ‘공직비리수사처’라는 기구를 만들고 당시의 부패 사정의 중추였던 대검 중앙수사부의 기능을 대신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기구의 위상은 검찰 내 준독립기구로 설정돼 있었다. 지난 2001년에는 인사와 예산 업무를 대검에서 완전히 독립시킨 ‘특별수사 검찰청’ 도입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후 2004년 11월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 주도로 공수처 설립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한나라당 의원 30여 명 이름으로 ‘공수처 추진 백지화 결의안’이 먼저 제출하면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이후 19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은 단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가 독립 수사기구 추진을 주도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지난 2010년 3월 첫 회의를 연 사개특위는 1년 만인 이듬해 3월 소위원회 단위에서 이른바 특별수사청(특수청) 신설에 합의했다. 특수청을 대검 산하에 두지만 인사와 예산, 수사활동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수사 대상은 판·검사 등의 직무 관련 범죄, 국회 의결로 의뢰한 사건 등이었다. 이후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공수처를 대신할 ‘상설 특검 제도’ 도입을 공약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공수처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국정 농단사태 이후, 국민적 염원이 담긴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수처 도입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 됐다.

◇공수처 권력화 막는게 숙제…정치적 중립 확보 문제 =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이번 공수처 설치 권고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설립 방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혁위가 청와대, 법무부 측과 직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의견을 조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권고안의 핵심은 검ㆍ경의 ‘셀프 수사’ 차단과 함께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온전히 가지면서 다른 기관에 우선하는 수사권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또 수사 인력도 검사 50명 등 최대 122명까지 둘 수 있도록 했다. 단순 규모만으로 분석하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4개 특수부 인원 29명보다 많다. 최대로 잡으면 옛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합친 정도의 매머드급 조직이다.

문제는 권고안의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데다 대형 조직으로 출범할 경우 또하나의 권력기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보다도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공수처가 오로지 법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수사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권고안은 공수처장의 인선은 국회에 설치되는 추천위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 검사 선발은 별도의 인사위원회를 두고 인사위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도록 했다. 대통령 중심의 임명권 행사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일고, 3년 단임제로 정한 처장 임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

개혁위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를 통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수처 권고안은 올 정기국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신설은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사정(司正) 공포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에 권력이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상임위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개혁위 권고안의) 기본적인 틀은 존중할 생각이고 정부입법 대신 의원발의 법안에 법무부 입장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 태스크포스(TF)가 개혁위의 권고안, 의원발의 법안을 다듬어 최종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옥상옥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검찰,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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