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품에 안은 SK하이닉스, 득실 따져보니

입력 2017-09-20 17:10 수정 2017-09-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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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6월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3개월간의 혼전 끝에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도시바 메모리)를 결국 품에 안았다. 공동 인수를 한 만큼 SK하이닉스가 어떤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교도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한미일 연합’을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결정했다.

한미일 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가운데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SK하이닉스, 애플 등이 참여해 구성됐다.

도시바메모리의 지분구조는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에 대출한 융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전망이다. 향후 융자를 지분으로 전환해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 비율은 15% 이하로 제한된다. 기술유출 방지와 전략산업 유지를 이유로 해외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일본 내부 여론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분 참여로 인수하게 된 만큼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도시바와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저위험 저수익’ 전략을 택했기 때문에 그다지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가장 큰 긍정적 요인은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산업 내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는 어느 한 쪽의 점유율이 올라가면 다른 쪽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성격이 강하다. 만약 중국과 대만 업체에 도시바가 인수됐다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반도체 업계 전체에도 큰 혼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베인캐피탈에 융자를 제공하는 식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도시바의 점유율이 합산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는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때 기술 협력의 기회를 잡아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예를들어 도시바가 다른 메모리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SK하이닉스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점유율을 늘리는 측면보단 방어적 차원에서는 실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실익을 얼마나 거둘지는 좀 더 신중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일 연합에서 절대 지분을 가진 주인이 없고 이해관계가 다른 인수 가담자들이 많아 향후 기술개발과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도시바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 않아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이사회에서 결정이 되더라도 과거 입장을 번복했던 사례가 있듯 법적 구속력을 갖춘 게 아니므로 딜 클로징이 될 때까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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