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펄어비스’가 증권가에 입성하면서 창업자인 김대일(37) 이사회 의장이 4000억 원대 돈방석에 앉게 됐다. 대학을 중퇴한 고졸 출신 게임 개발자인 김 의장은 흙수저에서 자수성가한 부호 중 한 명으로 새롭게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14일 한국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이날 코스닥 시장에 첫 상장했다. 공모가격은 10만3000원이며, 자사주 471만 주(39.0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김 의장의 지분가치는 4852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 의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게임업계에 발을 디뎠다. 스물한 살이 되던 2000년 가마소프트에 입사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릴 온라인’ 개발에 참여한 것이 게임 인생의 첫걸음이었다. 이후 NHN(현 NHN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한 그는 온라인 게임 ‘R2’와 ‘C9’의 개발에 참여했으며, 특히 C9에서의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올해의 개발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0년 2월 NHN를 나온 그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그해 9월 ‘펄어비스’를 설립했다. 4년간의 개발 끝에 ‘검은사막’을 선보였으며 2015년 5월 일본을 시작으로 10월 러시아, 2016년 3월 북미와 유럽, 올 1월 대만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했다.
검은사막은 7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765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판매액은 출시 2년6개월 만에 3400억 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 중 7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622억 원, 영업이익 455억 원, 당기순이익 414억 원을 기록했다.
김 의장은 고졸 출신에 게임 개발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과 닮은꼴로 불린다. 방 의장 역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게임 개발에 매진해 올 5월 증시에 상장, 현재 3조 원대 주식 부호에 이름이 올라 있다.
김 의장은 코스닥 상장 이후 온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PC MMORPG 장르에서 성공한 개발력과 운영 노하우, 자체 엔진 등을 바탕으로 올 연말 모바일과 콘솔게임 시장으로 플랫폼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모바일로는 올 연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검은사막M(가칭)’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콘솔게임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내년 2분기 Xbox 버전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이나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며 “검은사막의 시장이나 플랫폼을 확대하고 차기작 개발 등에 집중해 성장 동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