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파견 검사' 감축… 올해도 52명 외부기관 근무

입력 2017-09-11 11:11 수정 2017-09-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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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미스터피자 갑질 수사를 지휘했던 이준식 부장검사는 최근 시청으로 출근한다.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서울특별시로 파견됐기 때문이다. 이 부장검사는 이곳에서 특별사법경찰을 교육하고 법률 자문하는 일을 맡는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서 각종 담합 사건 등을 처리해온 그가 검사 본연의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탈검찰화'가 검찰개혁 주요 과제로 자리 잡았지만, 외부기관에 파견되는 검사 수는 여전히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이 아닌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에 파견된 검사 수는 지난달 18일 기준 총 52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2명, 2014년 63명, 2015년 69명, 2016년 66명 등 해마다 증가하다 다소 주춤한 정도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준사법기관으로 업무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사들의 파견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을 통해 검찰 권력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며 "형사 중심의 자문을 받으면서 검찰 식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검찰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정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한 지방자치단체에 파견 나갔던 A차장검사는 송무부장 경험을 살려 법률자문을 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근무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A차장검사 역시 "주어진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을 뿐 내가 파견제도의 긍정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검찰청 내 인력이 부족한데 파견인원을 늘릴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파견기관 중 감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통일부 등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 등은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률자문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대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 파견도 대표적인 독립성 침해 사례로 손꼽힌다. 검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헌법소원심판)를 맡는 헌재에 법률자문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지만, 부적절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한 교수는 파견제도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짐작하기로 군사정권 시절 검찰을 통해 많은 부분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부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파견검사 규모를 축소하려면 각 기관 직제를 바꾸고 담당관을 두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검사 파견 억제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은 청와대 파견을 제한하는 게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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