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35원선으로 올라서며 보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약했던 탓에 1130원 초반대에서 횡보하던 원·달러는 점심 무렵 외국인의 강한 롱베팅(달러매수)에 추가 상승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량 매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북한 정권 창건일인 오는 9일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수급적으로는 균형을 이뤘지만 월말 이월물량이 소화되면서 외인 롱베팅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이번주 예정돼 있지만 북한 이벤트에 희석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번주까지는 1140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고점을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외환율도 올랐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32.2/1132.6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1131.1원) 보다 1.55원 상승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도 6.8포인트(0.29%) 하락한 2319.82를 기록해 지난달 11일 2319.71 이후 한달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3270억34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분위기를 보임에 따라 장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르지 못했다. 다만 북한 관련 리스크에 너무 둔감했던게 아닌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됐고 달러 매수가 들어오면서 추가 상승했다”며 “업체 물량은 나름 균형을 이뤘다. 대북관련 리스크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원·달러가 쉽사리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들이 강하다. 1130원 부근에서는 저가매수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한 관련 문제들이 늘 해결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학습효과가 있다. 다만 핵실험이라는 임팩트가 강한 재료에 경계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1140원대에서는 수출업체 대기물량도 많다. 추가 악재가 없다면 11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는 점에서 1140원선까진 오를 수 있겠지만 더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도 “지정학적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장 1130원선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당국 눈치를 보던 원·달러는 이번주말까지 북한발 원화약세재료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며 외국인을 중심으로 롱베팅이 강하게 유입됐다. 이월 네고 물량도 상당부문 소화된 상태라 외인의 이같은 베팅을 저지할만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주 ECB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북한 리스크가 커 별다른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매파적이어서 유로화 강세 달러 약세를 보인다 해도 북한 건국절이 지난 다음주나 돼야 원·달러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건국절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나 성명발표를 통해 강경입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도 1140원대 중반까지는 오르며 고점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후 3시50분 현재 달러·엔은 0.13엔 하락한 108.72엔을, 유로·달러는 0.0005달러 떨어진 1.1920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