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누구 엄마, 누구 할머니로 불리면 결국 자기 이름을 잃어버리고 산다. 이름을 잃어버린 여성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배역을 가진 여성들도 되도록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
조남주 작가는 29일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레드빅페이스에서 열린 ‘예스24 여름 문화학교’ 행사에서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남자라는 것은 최고의 스펙이라고 여겨지는 관습, 제도,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걸 깨려면 많은 남성이 이 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본 한국 사회 속 여성들의 삶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책을 쓰다가 결론 부분에 왔을 때 김지영 씨가 이 일을 계기로 증상을 떨치고 할 말도 다하고 자기 삶을 계속해가는 여성이 된다면 전체 흐름과 살짝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현실에서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에 대해 이겨내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막상 이 책에서 김지영 씨가 잘 극복해서 이겨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여성 독자들이)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결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인 인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했고 죄책감도 많이 느꼈다”라며 “소설은 끝났지만 내가 지닌 죄책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소설을 쓰면서도 이건 잊지 않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결국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그리고 일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사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우리의 관심이 덜하지 않았나 싶다. 결혼을 했다고 한 응답자의 절반이 자발적으로 직업을 포기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는데 이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당연하다고 어릴 적부터 생각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몰려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전업주부들을 집중해서 보고 싶었고, 임금도 승진도 하지 않는 가장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인 전업주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함께 자리했다. 노 대표는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여야 대표들을 초청했을 때 조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 책에서 느꼈던 여러 메시지와 감동들, 이것이 결국 정책으로 실현되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책 안에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세요!’라고 써서 선물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82년생 김지영’이 다루는 문제를 추상적으로 본다면 결국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차이, 차이를 긍정적으로 잘 다룰수록 선진국이 되는 거고 차이를 억압적으로 다루면 ‘차별’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30만 명 이상이 읽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