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주최‘여성이 경제를 살린다’
‘한국 性평등 역할과 과제’ 기조 연설
“최초의 여성 회장… 장관… IMF 총재
‘벽’ 깨왔지만 지금 나 역시 불평등 대상
女 경제 참여로 男 일자리 뺏기지 않아
고용 質·경제 성장으로 성별 넘어 윈윈”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여성금융인네트워크와 이투데이가 공동 주최하는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한다.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유리천장의 한계를 넘어서자!’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리천장을 뛰어넘은 인물이다. 그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법률회사 회장, 프랑스 재무장관, IMF 총재 등에 올랐다. 이에 걸맞게 라가르드 총재는 연설에서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여성 평등을 위한 각자의 역할과 과제를 역설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행사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질의응답(Q&A)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지난 행사 때의 주제는 2015년 ‘미래와 여성’, 두 번째 행사 때 ‘여성이 경제를 살린다’였다. 올해에는 라가르드 총재의 참석으로 해당 콘퍼런스는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논의를 위한 대표적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개척해왔다. 그처럼 처음이라는 표현이 많이 붙는 이는 드물다. 첫 여성 회장, 최초 여성 장관, 재무장관…. 그가 어딘가에 올랐을 때 이러한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여성에게 처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불평등의 내재화라는 것을 그는 인식하고 있다. 같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분야와 영역에서 처음, 첫, 최초라는 표현이 여성에 붙지 않기 위해서는 선도가 필요하다. 경우의 쌓임은 불평등을 깨는 첫걸음이다.
라가르드 총재의 삶 전체가 여성으로서의 도전이었다. 그는 1995년 법률회사인 베이커앤맥킨지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했다. 1999년에는 이 곳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에 올랐다. 라가르드 총재는 정계에서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무수히 달았다. 그는 2005년에는 프랑스 대외통상 장관을 맡았으며 2007년에는 재무 장관으로 취임했다. 여성 재무 장관은 프랑스는 물론 주요 8개국(G8)에서 처음이었다.
그런 그는 2011년에 IMF 첫 여성 총재에 오르면서 대표적인 지도자 자리를 확고히했다. 2016년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 연임했다. 그가 걷는 길 전부가 역사이고 최초인 셈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은 불평등 대상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을 느낀다고 밝혀왔다. 여성이 말하면 청중들은 잡담을 하거나 휴대폰을 본다는 것이다. 여성이 정치를 하려면 더욱 낯이 두꺼워야 하는 이유이다.
여성이 최고위 자리에 오르면 남성이 갖는 여성 불평등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서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에 또 다른 유리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인식을 정면에서 반박하면 그 반향은 배제화다.
라가르드 총재는 다르다. 그는 여성의 경제참여 활성화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여성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가 국내총생산(GDP) 상승에 기여하고 전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남성과 여성을 노동시장에서의 대립 관계로 보지는 않는다. 그는 누군가가 누구의 일자리를 뺏는 식의 한정된 파이 나누기가 고용 시장의 본질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여성의 참여로 경제가 성장하면 전체 고용 규모는 늘고 질은 개선된다는 것이다.
되레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라가르드의 시각이다. 성별, 나이, 소득·임금, 자산의 불평등으로 계층 간의 격차가 커지면 이것이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IMF 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6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사회 계층 간 이동성이 낮아졌다”며 “이는 급속한 고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성별 불평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불평등과의 싸움.’ 라가르드는 총재는 이를 IMF가 해야할 일로 보고 있다. IMF의 보고서 발간과 구제기금 확충 등이 불평등을 개선하면 한 국가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일은 줄어들 수 있다. 여성 금융인이자, 지도자인 라가르드 총재. 그가 말하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유리천장을 깨라’라는 여성 경제 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는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