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범위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확정이 1년 뒤로 미뤄졌다.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졸속 개편으로 교육계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31일로 예정됐던 2021년 수능 개편방안 발표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응시할 2021년 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0일 발표하고, 4차례에 걸쳐 권역별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했다. 교육부가 이달 초 내놓은 시안은 두 가지다. 1안은 국어, 수학, 선택과목(사회·과학탐구 중 택 1)을 상대평가하고, 나머지 과목을 절대평가로 시행한다. 2안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실시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1안에 대해서는 상대평가로 남는 과목들에 대한 ‘쏠림현상’, 2안에 대해서는 수능 변별력 약화로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비중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가지 방안이 모두 비판받자 보수·진보 단체 가릴 것 없이 1안과 2안 모두 보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30일 학부모 37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공개하며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를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현행 수능이 유지되길 원한다”며 “정부는 무리하게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개편안 발표를 강행하지 말고, 당분간 현행 수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등 10개 교사·교육단체들도 기자회견에서 “교육부는 이번 수능 개편안 1, 2안의 문제점을 받아들여 더 발전적인 수정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발표 연기를 촉구했다.
수능 개편안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개편안 확정 1년 유예는 교육부가 결국 백기투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 및 대입 정책 등을 담은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되면서 교육계 혼란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개정 교육과정의 대표 교과목으로 알려진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에서 빠져 교과 수업과 수능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또 현재 중 3학생들을 대상으로 3개년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개편안 확정에 맞춰 대비하려고 했던 중 3 학생·학부모들에게 더 큰 혼란이 발생했다”며 “개편안 발표 1년 유예로 혼란은 중학교 2학년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번 결과에 따라 수능을 대비하려고 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