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재선임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 사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치권 외풍(外風)과 내부 알력 다툼 등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는 지난해 말 금감원에 접수된 내부 투서다. 투서에는 박인규 회장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해서 할인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매달 수천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에는 특수은행국이, 올해 1월에는 준법감시국이 대구은행을 검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특수은행국은 대구은행 경영실태 평가 과정에서 상품권 구매금액 등을 검사했다. 올 1월에는 여신 적정성 여부 등을 들여다봤다. 다만 금감원은 비자금 조성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상품권의 사용처 등은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을 내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현재 투서 내용의 사실 관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적용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달 중순에는 상품권을 구매하는 부서 직원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박 회장이 고객 사은품용으로 백화점에서 매달 상품권을 사들이고,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사퇴설 등을 진화하는 데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21일 대구은행 강당을 찾아 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 (경찰 내사에 대해 내가)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해결된 뒤에야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이다.
박 회장은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17일에는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본인의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비자금 의혹과 사퇴설의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사퇴설이 불거진 데는 정권 교체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회장은 대구상고, 영남대학교 출신으로 금융권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인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태의 시발점이 내부 투서라는 점에서, 차기 행장자리를 두고 벌이는 내부 갈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DGB금융 내부에선 지난해 말부터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의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취임, 올해 3월 재선임돼 임기는 2020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