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웨어의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은 17년간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한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사람들의 삶이 제각각 다르듯이 죽음을 맞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 보통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는가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을 생각을 했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은 이렇다.
“사람들의 여정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홀로 가는 길이고, 그들 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진정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가끔씩 우리에게도 임종 환자가 경험하는 아름다움과 영광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현재를 어떻게 사는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떠나는 것과 남는 것 사이의 차이에 대해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변화에는 심지어 가장 갈망하던 변화에도 우울감이 따른다. 우리가 뒤에 남기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삶에 죽어야만 다른 삶으로 들어갈 수 있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던 내용이 이 책에도 소개돼 있다. 인간의 모든 감각 가운데서 마지막에 닫히는 것이 청각이라 한다. 그래서 의사들은 혼수 상태에 있더라도 환자에게 말을 걸고 마음에 두고 있는 말을 나누라고 권한다. 마지막을 맞는 방식도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저자의 경험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사람은 그가 살아온 방식대로 마지막도 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호스피스들은 “우리는 모두 살아온 방식대로 죽는다”는 말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죽어간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죽을 때조차 평생 살아온 모습 그대로 되어간다. 차분하고 분석적인 사람은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그런 방식을 지킬 것이다. 짜증을 내는 데 익숙한 사람도 마지막까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육체가 쇠락해 갈 때면 사람들은 사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믿음에 따라 크게 나눠지게 된다. 한 부류는 영혼을 믿는 사람이고, 다른 부류는 영적 존재를 믿지 않는다. 환자들은 종종 죽은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흙, 에덴동산, 별, 무상, 동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낸다고 한다. 이 역시 평소에 자신이 갖고 있던 사후 세계에 대한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살아왔든, 얼마나 부자이든, 얼마나 화려하게 살았든 간에 죽음은 이별인데,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고, 모든 사람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기 마련이다.” 호스피스 삶을 통해 저자가 깨우친 것은 이 땅 위에서 삶이 어떠하든지 간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용서하고, 더 많이 기뻐하라”는 것이다. 잠시 삶의 치열함을 벗어나서 마음의 안식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는 내내 숙연함과 감사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