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끝이 있다는 잠언의 한 구절이다. 기쁜 이에게 경각심을, 슬픈 자에게 위로를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안위한다면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약화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보면 그렇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하자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노란색 점퍼부터 꺼내 입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나 입는 익숙한 점퍼이다. 점퍼를 입은 담당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향후 선제적인 대응을 약속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가축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공언했던 내용에서 발표자와 사태의 주어만 바꿨을 뿐이다.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정부는 매번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추가 피해와 소비자 혼선을 가중했다.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것은 이달 14일이다. 광복절인 15일 농식품부는 김영록 장관의 긴급 브리핑을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지만, 이후 허태웅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 교체됐다.
김 장관은 다음 날 오후에야 브리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를 마친 18일 오후에는 검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농가명과 난각코드 오류, 살충제 추가 검출과 DDT 닭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비상시의 만성화’. 자연 현상으로, 농가의 모럴해저드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일본을 비롯한 축산 선진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비상이 일상인 와중에도 항상 변함없는 방역 체계의 반복이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지나가면 그만이다. 내부에서는 ‘안일한 늑장 대응’ 지적은 식상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방역당국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구제역과 AI 피해로 나간 혈세는 2000년 들어서만 4조4000억 원을 넘는다. 농식품부의 개혁 없이는 먹거리 불안과 가축 질병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