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먹거리 포비아(공포)가 만연한 가운데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적발되는 농축산물이 해마다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정이 이렇지만 정부가 매번 늑장 대응과 사태 축소로 일관하면서 국민의 먹거리 공포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내역이 최근 4년간 461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152건 △2014년 1174건 △2015년 1185건 △2016년 1107건으로 매년 1100건을 웃돌며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전체 조사건수 대비 부적합률이 평균 1.8% 수준이다.
지난해 부적합 사례를 보면 과실류 46건, 조미채소류 89건, 근채류 133건, 산채류 69건, 엽경채류 521건, 양채류 150건, 인삼류 21건, 버섯류 10건, 미곡류 9건, 약용작물류 13건, 특용작물류 5건 등 농산물 전반에서 나타났다.
부적합 판정은 금지 성분이나 잔류허용치를 초과해 농약이 검출됐을 때 내려진다. 기준치 이내로 농약 성분이 나오는 경우 일반 농가는 허용된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을 달고 농약을 치는 사례가 만연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친환경 인증 취소 현황을 보면 △2012년 5068건 △2013년 5728건 △2014년 6741건 △2015년 3223건 △2016년 2806건으로 매년 수천 건에 이른다.
연평균 4713건에 달하는 수치다. 이 기간 인증 표시정지도 연평균 139건이다. 지난해엔 농산물 2734건과 축산물 60건이 친환경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선례가 수만 건이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맞은 것이다. 국내에 ‘살충제 계란은 없다’고 장담하다가, 사태가 커지자 ‘이제는 없다’고 공언한 뒤, 또다시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하며 결론지은 상태다.
소비자의 인내는 임계치를 넘어섰고, 의료계도 나서 정부 발표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살충제 계란을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라며, 더 정확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 역시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만성독성 가능성을 고려해 건강 영향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살충제 계란을 매일 수십에서 수천 개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평가에서 사용한 계란 섭취량은 계란뿐만 아니라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을 포함한 것”이라며 “살충제 최대 검출량을 활용해 보수적으로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닭고기에서 기준치를 6배 초과한 구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의 먹거리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최근 유통 닭고기 잔류물질(살충제) 검사 결과에서 총 60건의 닭고기 검사 중 2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2건의 경우 톨트라주릴 성분이 허용 기준치(0.1mg/kg) 대비 각각 3배(0.3mg/kg)와 6배(0.6mg/kg)가 검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