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코스닥 오너들의 ‘갑질’

입력 2017-08-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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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기업 오너나 오너가(家)의 갑질 문화는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이다. 2015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매년 비슷한 일들이 등장하면서 갑질 문제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20~60세 국민 1000명 중 95%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중 갑(甲)은 재벌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고용주나 직장 상사가 뒤를 이어 갑질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갑질이 팽배해지고 있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병폐인 듯싶다. 자신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를 인격과 동일시하는 현상이 ‘갑’과 ‘을’을 만들고 있다. 돈 있고 사회적인 지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신이 제왕이나 된 듯 착각 속에 빠져들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또 다른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자신의 분노와 우울감을 남에게 전가해 풀려고 하는 낮은 수준의 감정 표현 방식에 갑질은 딱 맞는 셈이다.

그러나 갑질을 하는 이는 비단 대기업 오너뿐만은 아니다. 코스닥 기업 오너의 갑질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얼마 전 코스닥 상장사 A기업의 홍보실이 폐쇄되고 홍보실 차장이 갑작스럽게 다른 부서로 발령되는 일이 있었다. 이유는 자사의 주가가 오르면서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뉴스를 왜 막지 못했냐는 것이다.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것이지만, 기사화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조처를 내린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었다. 오너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부서를 통째로 날려 버리기도 하고, 다시 만들기도 했다는 것. 이 회사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21%이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는 지분 10%도 채 안 되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회사 내에서 제왕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회사 오너는 마치 신과 동일시(同一視)되고 있다. 오너인지, 사이비 교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직원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하는 행태는 더하다. 소액주주 권익을 내세우면 무조건 소송으로 맞서고 있는 기업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다. 주주총회에서 발언할라치면 용역들을 앞세워 입을 막는 행태도 여전하다.

과연 이런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복지를, 주주에게 많은 배당을 안겨 줄까. 결과는 뻔하다. 잘될 리가 없다.

홍보실을 폐쇄한 A기업의 오너는 과거 코스닥 상장사 한 곳을 상장폐지한 이력이 있다. 많은 투자자들을 빈털터리로 만들었으며, 지금까지 송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성 추문과 관련한 송사에도 휘말린 바 있다.

물론 모든 코스닥 상장사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코스닥 기업들이 오너 일가에 종속돼 부당한 일들을 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코스닥 시장에서 항상 나오고 있는 문제가 신뢰의 문제이다. 이러한 갑질 청산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과 더불어 코스닥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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