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완승, 경제계의 패배, 그리고 사장님의 완패, 알바생의 압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편의점을 비롯한 치킨집, 피자집 등 영세상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야 하는 부담금도 만만치 않은데 최저임금까지 10% 이상 늘어나자, 여기저기서 죽겠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키오스크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극장에서 대형 터치스크린 화면을 눌러 원하는 영화표를 사거나, 지하철역에서 티머니를 이용해 음료수를 뽑아 마시는, 이런 모든 종류의 산업이 키오스크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시발점(始發點)으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게 된다면 많은 사업주는 키오스크에 관심을 둘 게 뻔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구조조정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4차 산업의 발달 등이 가져오게 될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일자리 감소’이다. 지금도 젊은이들이 최악의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가도 남의 일이 아니다. 여의도 증권가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취업 시장에 찬바람만 불고 있다. 증권사들이 임금 인상에 따른 인력 최소화,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에 따라 몇 년째 구조조정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넘어서면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증권사들은 몸 사리기에 바쁘다.
최근 기자는 한 대형 증권사에 행사 강연의 일부를 맡아 줄 수 있는지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죄송한데, 진짜 사람이 없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인원 수가 줄어 업무가 몰리다 보니 외부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라는 하소연이었다.
실제로 대형사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는 지난 몇 년간 신입사원을 뽑은 적이 없다.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지점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경력직들마저 언제 떠날지 모르는 마당에 신입사원 공채가 웬 말이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현재 대다수의 증권사가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규모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채를 진행하는 증권사들은 하반기 소규모만 인력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2년 4만여 명에서 현재는 1만 명가량 감소한 3만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시대적으로 그러니 변화의 바람에 역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얼마 전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애널리스트들을 대거 구조조정했다가 회사가 금새 망가지자 부랴부랴 다시 채용한 사례가 있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한때 명성을 얻었던 리서치센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모 그룹사의 광고 캠페인이 생각난다. 지금은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더불어 정부 역시 증권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제시, 증권업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