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기존가입자 배제한 졸속 정책…정부ㆍ이통사 강력 비판= 녹색소비자연대 등 6개 통신 소비자·시민단체는 21일 을지로 T타워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가입만 대상으로 하는 선택약정할인율(20%->25%) 인상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의 취지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기존 가입자 1400만명에 대한 상향 혜택이 필요하고 이같은 소급적용이 없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 취지에 어긋나는 사실상의 공약 폐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적용 대상을 신규가입자를 대상으로 내달 15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존가입자(1400만명)의 경우 위약금을 내고 재약정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어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올라가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1900만명으로 늘어 통신비 감면효과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 단체는 이날 이같은 정부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못박았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선택약정 25%가 시행되더라도 추가적인 할인 혜택은 4만 원 요금제에서 2000원, 6만원 요금제에서 3000원에 그쳐 연간 통신비 절감 규모는 12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이어 “이통 3사는 이미 3157억 원의 위약금 수익을 올렸고, 2012년 11월부터는 ‘할인반환위약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의 위약금 규모는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2년부터는 위약금 규모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월2000~3000원의 추가할인을 받기위해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14만 원대의 위약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 긴장감 높아진 이통사… 소송 여부 CEO 최종 승인만 남겨둬= 이통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신규가입자에게 한정됐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전면 도입을 유예한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소송을 포함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소송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안이 시행될 경우 손해가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정부가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선례로 남겨질 수 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 3사 CEO는 이날 선택약정할인율 25%에 대한 행정처분 공문을 정식으로 보고받았다. 이들은 실무진들과 논의를 거친 뒤 최종 소송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통사 실무진들은 CEO에게 대형 로펌의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소송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아직까지 정부와 실무적인 접촉과 장관과의 회담 등에 대한 의견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선택약정 가입자 비율을 전체의 27%로 가정할 때 할인율이 5%포인트 높아지면 이통 3사 매출은 약 32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가입자가 30%까지 늘어나면 영업손실은 5000억 원까지 확대된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주가 하락을 우려한 국내외 주주들의 배임 소송 가능성이 이통사로서는 부담이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라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이용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그렇다고 소송 카드를 속 시원히 꺼내들 수도 없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어떤 불똥이 튈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부터 정부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을뿐더러 비판 여론에 밀려 ‘공공의적’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도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과 소비자들의 인하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면밀히 검토해 이달 말까지 소송여부 등 대책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22일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안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