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마트서 두 판 구매했고. 혹시나 봤더니 ‘08’이더라고요. 두 판 중 5알 남기고 5살, 3살 아이에 임신 중인 저까지 먹었는데요. 아이들이 2~3일 전부터 설사를 하더라고요. 혹시 계란에 있는 살충제 성분 때문일까요. 응급실이라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한 육아·출산 카페에 올라온 글)
정부가 전국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이 현재까지 전체 산란계 농장의 2% 안팎에 불과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다수 산란계 농가에서 ‘문제없음’ 판정을 받은 계란이 유통·판매를 재개했지만 이번 파문이 ‘에그 포비아(공포)’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양계업계는 물론 유통·식품 업계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국 1456곳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16일 발표한 1차 조사 결과에서는 전날 확인된 경기 남양주·광주와 전북 순창 외에 경기 양주, 강원 철원, 전남 나주, 충남 천안 등의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자체상표(PB) 상품에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홈플러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GS슈퍼마켓, 농협하나로마트, 티몬 등 자사 납품업체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주요 유통업체들은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계란 판매를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산란계와 달리 식용으로 쓰이는 육계는 30일 정도만 속성으로 키우고 출하하기 때문에 산란계 농장처럼 기준치 이상이 잔류할 때까지 많이 뿌리지는 못한다고 설명한다. 안전한 닭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도계검사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과 대장균 등 미생물 검사, 중금속, 항생제 검사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럼에도 살충제 파문으로 충격에 휩싸인 소비자들은 안심이 안 된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병남(57) 씨는 “살충제 계란인지 걱정돼서 일일이 숫자를 확인했다”며 “큰 탈이 없을 것이라고 잠깐 생각하다가도 혹여 잘못될까 봐 불안해 아무래도 당분간은 덜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가격 인상 이슈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걱정이 크다. 정부가 나서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육계 농장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양계업계에 따르면 일부 육계 농가에서도 벌레를 퇴치하려고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산란계와 식용 닭은 사육환경 자체가 달라서 영향이 없다”면서도 “다만 앞서 AI나 브라질 닭고기 논란 등 때를 떠올려 보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