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패한 후보는 한동안 자숙 기간을 거치면서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과거와 비교하면 홍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행보가 사뭇 이례적이란 평가다.
안 전 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 대선에 나서는 걸 우선 생각했다면 지금은 물러나 때를 생각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당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대표가 “저는 오직 하나의 이유로 당대표에 나섰다. 당이 어렵고, 절체절명의 위기이기 때문”이라며 당의 위기를 앞세운 것과 흡사하다.
안 전 대표는 5월 9일 치러진 20대 대선이 끝난 지 87일 만에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홍 전 대표는 41일 만에 당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앞서 치러진 대선에서 패했던 후보들은 일종의 관례처럼 모두 1년 이상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다가 복귀했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 선언 후 3년 뒤 전격 복귀했고, 15대·16대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1년여를 쉬거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현실 정치 무대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지고는 3년 뒤에 당권에 도전했었다.
안 전 대표와 홍 대표가 정치 일선에 빨리 복귀한 건 각자의 사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급락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돼 자신의 정치 기반이 사라질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 전 대표의 경우, 대선 후보로 나섰을 당시부터 사실상 당대표를 노리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어 자신의 신변 보호용으로 애당초 당대표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두 당 모두 대안이 부재한 데다, 국회의원 배지가 없는 안 전 대표와 홍 대표 모두 잊힐 것을 우려한 초조함에 선뜻 당대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치적 생명에 위협도 받을 수 있는 독배를 드는 형국이란 분석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4일 “떨어진 대선후보가 이쪽에서 금방 복귀하니 다른 쪽도 그러는 게 아니겠나. 악화가 구축하는 비정상의 상황”이라면서 “둘 다 당을 앞세우지만 정치적 사심이 없다곤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