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발을 들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대놓고 비난했다. 백악관 내 치열한 권력 다툼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27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이날 CNN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산명세가 언론을 통해 유출된 것에 대해 “유출자는 프리버스 비서실장”이라며 “언론인들은 누가 유출했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자신의 재산명세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도되자 트위터에 “내 재산명세가 유출된 중대범죄를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에 연락하겠다”며 “‘오물’은 라인스 프리버스다”라는 글을 올렸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이번 CNN 인터뷰로 프리버스 실장이 유출자임을 거듭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스카라무치는 이번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나는 백악관 내 유출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고 모두에게 얘기할 수 있다”라며 백악관 내부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그는 또 “생선은 머리부터 썪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백악관 내 고위 관계자들을 비유적으로 꼬집었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자신과 프리버스 실장의 관계를 두고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을 언급했다. 그는 “나와 프리버스 사이엔 다툼과 이견이 있다”라면서 “내가 우리가 형제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을 때, 그것은 우리가 서로 껄끄럽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형제들은 카인과 아벨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로 싸우고 잘 지내는 형제들도 있지만 이 관계가 회복할 수 있을지는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고 덧붙였다.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뉴욕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를 지냈고,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경제 자문역을 거쳐 지난 21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결코 에둘러 말하는 유형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성향을 설명했다.
그가 백악관에 발을 들일 때 백악관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다. 특히 공보 경험 부족을 이유로 들며 반대했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자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프리버스 실장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그의 입성을 맹렬히 반대했다고 CNN은 전했다. 스카라무치 진영과 프리버스·배넌 진영의 권력 투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사태로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빠진 가운데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언론에 내부 정보들이 유출되는 걸 내버려두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에는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인 멜라니아 여사 등 3명이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최근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이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비서실장 교체 가능성이 점차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