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알고리즘 카르텔(담합)’ 연구에 나섰다. 병원·항공여객·미디어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경제화 과정을 겪고 있는 만큼, 전통적 경쟁분석 잣대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이 무료로 서비스하는 ‘비가격 경쟁’ 시장과 관련한 경쟁 효과를 계량화하는 등 신종 디지털 불공정에 집중키로 했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 경제분석과는 11월 30일까지 ‘비가격경쟁 이슈에 관한 경제분석 기법 및 사례연구’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은 경쟁분석에 필요한 비가격요인들의 정의·측정, 반경쟁적 행위가 비가격 요인에 미치는 효과를 계량화하는 방법 개발 등을 담고 있다.
즉,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기업들이 상품 가격·공급량을 독점·담합할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방증인 셈이다.
최근 디지털 경제화와 비가격경쟁 심화에 따라 전통적 가격효과 분석방법인 SSNIP(가격인상이 소비자 구매 전환에 미치는 영향) 테스트 등의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제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에서도 ‘알고리즘과 담합’은 글로벌 경쟁법 논의과제 중 이슈였다.
기업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공급량 등을 유사한 수준으로 설정하거나 가격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쟁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였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우버와 트래비스 캘러닉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담합 금지 소송이 제기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교통 수요가 증가하는 혼잡 시간대에 비싼 요금을 제시하는 등 우버의 AI를 좌우하는 가격 산정 알고리즘이 ‘디지털 담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전통적 경제분석 적용에 한계가 있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법 잣대를 위한 집중 분석이 강화될 예정이다.
IT업계에서도 알고리즘 등 비가격경쟁에 대한 시장 획정·경쟁제한성 판단 등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IT융합산업, 비가격경쟁이 심한 산업 분야에 전통적 경제분석 적용은 한계가 있다”며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신산업 영역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 파악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