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을 경영이념으로 내건 LG그룹의 주계열사 LG화학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중 ‘노동조합 불법도청’ 논란이 불거졌다. 사측이 노동조합 측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것.
사측은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노조 불법도청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LG화학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진행된 익산공장 임단협 교섭 도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에 의해 발각됐다.
대회의실에서 진행되던 노사 협상이 잠시 정회된 사이 노조 간부들이 노조 휴게실에서 옆방으로 연결됐고 녹음 기능까지 있는 마이크를 발견했다.
이에 노조는 즉시 불법 도청으로 인해 근로자의 단체 교섭권을 침해했다며 강력하게 사측에 항의했다. 지난 21일에는 노조 가공 부문 위원장과 간부들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김민환 LG화학 인사최고책임자(CHO) 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불법 도청으로 인해 LG화학은 1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명예에 금이 가게 됐다. 지난해에는 노사가 임금 인상률을 놓고 갈등을 빚긴 했지만, 13년째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올해 임단협은 지난달부터 시작되며 예년에 비해 늦게 시작됐다. LG화학의 임단협은 통상 9월경 협상이 마무리되지만, 연초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 하면서 교섭 대상을 확정 짓는 문제 등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으며 임단협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LG화학 측은 “이번 건은 실무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면서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노조와 협의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실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