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서는 우리은행의 이광구<사진> 은행장을 ‘K2’행장이라고 부른다. 이름 이니셜 첫 자 ‘K’가 두 번 나온 데서 따온 표현이다.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세계 최고봉인 K2만큼 거침없는 이 행장의 행보를 빗댄 것이기도 하지만, 레벨은 ‘K1’이 아닌 ‘K2’라는 의미도 함께 들어있다. 그만큼 금융당국은 이광구 행장의 공격적인 영업을 한편으로는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5~2018년 서울특별시 금고은행에 재선정되면서 4년간 1400억 원의 출연금을 약속했고, 지난 3일 304억 원을 제공해 2015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총 1104억 원을 집행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올해 2~3월 금융감독원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대형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현장 검사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 대학교·병원·공항 입점 관련 과도한 출혈 경쟁을 지적받아 금감원이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달 들어서만 대학교 두 곳에 총액 62억700만 원 가운데 55억 원의 출연금을 지급했다.
◇ 건전성 지표 ‘나홀로 하락’..공격 영업 부작용 = 올해 3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6대 은행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07%로 석 달 사이에 0.22%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협(0.43%포인트), 국민(0.39%포인트), 하나(0.31%포인트), 기업(0.21%포인트), 신한(0.08%포인트) 등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들이 모두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우리은행의 총자본·기본자본·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5.07%, 12.79%, 10.79%로 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를 포함한 시중은행 6곳 중 BIS 비율이 가장 낮다. 17개 국내은행 전체 평균인 15.14%, 12.97%, 12.47%를 모든 지표에서 하회하고 있다. 은행권 최고의 건전성을 보인 씨티은행은 18.91%, 18.41%, 18.41%를 각각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 금고 선정, 공항 입점 등을 두고 은행 간 경쟁 격화로 불법행위 발생에 대한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은행산업 신뢰 확보와 건전영업 풍토 확립을 위해 출연금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고 말했다.
◇ 정부 잔여지분 매각 임박..官 탈피 성공할까 =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민영화에 성공하고, 올해 초엔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이행약정(MOU)마저 해지하는 등 정부 입김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완전히 정부로부터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21.37%) 매각과 금융지주회사 복귀 등 우리은행의 시급한 현안들이 정부 결정 없이 성사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연내 잔여지분을 해소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금융지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2년 연임에 들어간 이광구 현(現) 행장의 임기가 2019년 3월까지 만료되는 까닭에, 내년 상반기 내 가시적 업적을 내야 새로 출범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할 때 신임 회장 후보군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주 22일로 예정된 우리은행의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K2’행장이 예보의 잔여지분 처리와 금융지주 전환 문제 등에 있어 어떤 로드맵을 제시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여전히 공격적인 영업 목표를 제시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